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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서울 관악구 게이트볼聯 이사 곽광자씨

입력 | 2000-01-26 19:08:00


병원에서조차 포기한 이름 모를 병에 걸렸다면…. 하루하루 피가 썩어들어가면서 온몸이 시커멓게 변한다면 당사자의 심정은 어떨까.

서울 관악구 게이트볼연합회 이사 곽광자씨(56). 그는 89년 병명도 제대로 알 수 없는 해괴한 병에 걸린 뒤 온몸에 침을 꽂고 살아야 했다.

곽씨는 백옥같이 하얗던 피부가 시커멓게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절망에 몸을 떨어야 했다.

고향 군산에서 86년까지 16년간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퇴직한 뒤 서울 봉천동에 자리를 잡은 그는 병을 알고도 집안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성격 탓에 교육구청 어머니협의회장, 관악구청 합창단원 등 갖가지 사회봉사를 하며 자녀(2남2녀)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었다.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상황. 구청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곽씨의 눈에 우연히 들어온 것이 바로 게이트볼.

평소 관악구청 게이트볼팀을 보면서 ‘노인들의 소일거리’로만 치부했던 그는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떨쳐보려고 게이트볼을 시작했고 이후 ‘기적’이 일어났다.

90년 게이트볼과 처음 접했을 때는 스틱을 제대로 휘두를 힘조차 없었지만 게이트볼을 하면서 차츰 몸이 좋아졌고 본격적인 선수로 뛰면서 10년 만에 병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요즘의 곽씨는 4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건강과 활력을 완전히 회복했다.

그는 “교사 시절 테니스 배드민턴 등을 해보았지만 팔목 등에 무리가 가는 바람에 중도에 그만둔 적이 있지만 게이트볼을 한 뒤로는 병마도 떨쳐내고 젊을 때의 활기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게이트볼은 끊임없이 생각을 하면서 걸어야 하고 몸을 서서히 움직이기 때문에 물리치료 효과가 있고 정신 건강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의사가 된 큰딸도 “어머니가 건강을 회복한 것은 게이트볼을 한 덕택임에 틀림없다”고 말할 정도.

곽씨는 10여년 동안 게이트볼을 하면서 98년 전국여성게이트볼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관악구청팀으로 출전해 여러 차례 우승했으며 관악구청팀은 서울시에서는 가장 강한 팀으로 꼽힌다.

요즘에도 매일 경기 수원시 서둔동에 있는 실내게이트볼 전용구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곽씨는 “신경이 날카롭거나 몸이 아파 힘이 가는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게이트볼 스틱을 잡으라”고 적극 권유한다.

stt77@donga.com

▼佛크로켓 日서 변형…전국에 회원 60여만명▼

“노인들 운동이라고요. 직접 해보면 생각이 달라지면서 그 묘미를 알 겁니다.”

국민생활체육전국게이트볼연합회의 이석우 사무처장은 “게이트볼은 젊은이들이 즐겨하는 당구와 골프의 장점에 정신 수양을 겸한 스포츠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게이트볼은 프랑스의 크로켓이란 야외 공놀이 경기를 일본에서 재가공해 탄생시킨 스포츠. 우리나라에는 80년대 초 일본 관광객에 의해 소개됐다. 경기는 세로 15∼20m, 가로 20∼25m 크기의 맨땅이나 잔디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열린다. 팀 구성은 5∼8명까지 가능하지만 정규경기는 한팀 5명씩 두팀으로 나뉘어 벌어진다. 세로 20㎝, 가로 24㎝의 쇠막대기로 만든 게이트(문)가 3개 설치되며 볼은 모두 10개로 빨간색 5개, 하얀색 5개로 나뉘며 1,3,5,7,9의 홀수볼과 2,4,6,8,10의 짝수볼은 각기 번호에 해당하는 선수만 공을 칠 수 있다.

경기방법은 먼저 공격에 들어간 팀이 번호 순서대로 스틱으로 볼을 쳐 한 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1점이 주어지고 나중에 경기장 중앙에 있는 골폴(골대)을 볼로 맞히면 2점 등 점수를 합산해 점수가 많은 팀이 이기게 된다. 당구처럼 볼 두 개를 동시에 맞히면 한번 더 타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상대 볼을 쳐서 라인 밖으로 쳐내 타격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한사람만 잘해서는 안되며 팀조직력과 전술이 필요하다.

경기시간은 30분이며 심판으로부터 타격 통고를 받은 후 10초 이내에 타격을 해야 한다. 생활체육게이트볼연합회는 전국적으로 지부를 가지고 있으며 회원만 60여만명. 문의 전국게이트볼연합회 0331-296-2280,2281.

stt77@donga.com

▼올 6∼7개 전국대회…10월 한일전도 예정▼

전국적으로 열리는 게이트볼 대회는 매년 6개 정도. 전국게이트볼연합회는 세부적인 2000시즌 대회 일정을 2월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지만 올해에도 6, 7개 대회를 개최할 계획.

4월 전국게이트볼연합회장기를 비롯해 5월 문화관광부장관기, 6월 국민생활체육협의회장기, 8월 전국청소년대회, 9월 전국여성대회 전국심판원대회가 열리며 국무총리배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또 10월 한일친선교류대회도 개최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