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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조창현/1인2표제 이점 많다

입력 | 2000-01-26 19:21:00


정치권은 선거법 담합으로 여론의 혹독한 질타를 받고 나서 정치권 3인과 민간단체 4인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 1월31일을 마지막 날로 잡고 선거법협상을 새로이 진행시키고 있는 중이다. 관심사로 등장한 것은 야당이 18일 제안한 1인 2투표제, 2중등록 석패율제, 연합공천제 및 선거자금 대폭 인상에 관한 것이다. 이들 네 항목 중 연합공천은 이미 97년 대선 때 중앙선관위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고 선진국에서 공인받고 있는 제도이므로 크게 논란이 일지 않을 전망이다. 선거자금 인상에 관해서도 야당은 선거보조금 50% 인상안(165억원)을 철회하고 법인세 1%(650억원)를 정치자금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이와 같은 대폭 인상안이 국민감정에 맞겠느냐는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선거법협상 쟁점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1인2투표제와 2중등록 석패율제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

1인2표제는 크게 세가지 이유로 이번 정치개혁에서 반드시 채택돼야 한다.

첫째는 헌법상 이유이다. 한국도 다른 나라들과 같이 지역대표와 비례대표(전국구)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오랜 군사통치 하에서 지역 후보자들의 득표로 비례대표의 당락까지 결정하는 1인1표제를 써왔다.

헌법 41조1항에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에 의해 선출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것은 비례대표도 ‘직접’투표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후보자의 득표를 가지고 비례대표의 의석까지 결정하는 것은 비례대표를 두는 본뜻을 희석시킬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는 그 예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1인1표제는 이번 선거법 개정에서 반드시 1인2표제로 고쳐져야 한다.

두번째는 1인1표제는 한국의 망국병인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데 비해 1인2표제는 지역주의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1인2표제 하에서 유권자는 2표 중 1표는 지역후보에게, 다른 1표는 정당에 투표하는데, 정당에 던져진 표를 별도로 계산하면 각 정당은 각기 ‘다른’ 지역에서도 비례대표 의석을 얻어낼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신생정당의 국회 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도 1인1표제 대신에 1인2표제를 채택하여야 한다. 그리고 ‘몇 % 이상, 몇 석 이상’ 등 담을 높이 쌓아서도 안 된다. 유권자의 취향이 다양한 시대에 1인1표제나 다른 높은 담을 쳐 신생 정치세력의 의회진입을 막는 것은 정치불신의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새천년 한국에는 시대착오적인 제도이다.

2중 등록제란 원래 독일에서 유래된 제도로 지역구의 성격상 당선이 어려운 정당간부들에게 정당비례대표 후보로도 등록케 하여 지역구에서 낙선해도 비례대표에서 구제해 주는 제도를 가리킨다. 단 독일은 ‘정당중심의 정치’를 하는 나라이므로 정당간부들에 대한 이와 같은 예우정치를 해도 불공정성 시비가 없다.

일본은 1997년 독일의 2중등록제를 도입하면서 석패율제를 가미시켰다. 왜냐하면 2중등록자는 비례대표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유권자들이 표를 안 줄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폐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은 2중등록제 도입시 석패율 제도를 가미시킨 것이다. 이 제도에 따라 일본에서는 예컨대 비례대표 동일순번 5번에 비례대표후보 A, B, C 3인을 등록시키고 지역선거 차점 낙선자중 득표율이 가장 높은 자를 당선시킨다. 한국도 독일에서 2중등록제, 일본에서 석패율제를 도입하기로 논의 중인데, 그 추진 의도는 뚜렷하다. 한국과 같이 선거가 지역구도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특수상황 하에서 2중등록 석패율제도의 도입은 망국적인 지역구도 완화에 기여하리라고 기대된다.

조창현(한양대 교수·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