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개봉 영화는 첫주에 극장과 관객 수에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떨어지는 ‘흥행 사이클’을 따른다. 영화 ‘쉬리’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타이타닉’ 등 특별한 작품만 ‘시간의 법칙’에서 예외가 될 수 있었다.
1일 개봉된 영화 ‘박하사탕’(이창동 감독)도 ‘시간의 법칙’을 벗어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전체 개봉 극장 수가 많지 않아 폭발적 반응은 아니지만, 관객의 흐름에서 특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첫주 서울 지역에서 종로3가의 피카디리 극장 등 8개관에서 상영됐지만 넷째 주부터는 오히려 15개 극장으로 확대됐다.
극장 수의 증가에 따라 관객도 덩달아 늘고 있다. 개봉 첫주 관객 수는 서울 관객 기준으로 4만 5600여명. 둘째 주와 셋째 주에는 각각 4만 4700여명과 4만 3100여명으로 소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넷째 주 들어 21일부터 25일까지 4일간의 집계만으로도 4만 5500여명을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한 것.
이 영화의 제작사인 이스트필름 측은 “시간이 갈수록 극장 수가 늘어나는 것은 영화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특히 주말에는 30대 이상의 관객이 80%를 차지해 ‘박하사탕’의 잔잔한 인기에는 386세대의 애정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이 작품의 선전(善戰)에는 11일 ‘박하사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결성되는 등 영화완성도에 대한 관객의 입소문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이창동 감독은 30일 ‘… 모임’의 회원 50명을 초청해 작품의 무대인 충북 충주시 일대를 방문하는 기차여행을 갖는다.
관객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일으켜 세우고, 제작사는 사은여행으로 이에 보답하는 ‘박하사탕’의 또다른 향기가 영화계의 이변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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