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전투를 치른 뒤 다시 모인 미국의 민주 공화 양당 대통령 예비후보들의 눈빛은 전의에 불타올랐다.
아이오와주 코커스가 끝난지 이틀, 그리고 다음달 1일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를 목전에 둔 26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CNN과 지역 방송국이 합동으로 양당 예비후보를 따로 모아 개최한 TV토론회. 아이오와주 코커스에서 34%로 기대이하의 득표를 한 민주당의 빌 브래들리 전상원의원의 공세전환이 가장 눈에 띄었다. 첫 코커스에서의 패인을 파이팅 부족으로 지적하는 여론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뉴햄프셔주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유일한 경쟁자인 앨 고어 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고어가 자신과 자신의 의료보험 공약을 왜곡 비난해왔다면서 “대통령후보로서 진실을 말하지 않는 당신이 대통령이 된 뒤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브래들리는 특히 “당신이 하고 있는 인신공격성 선거유세는 리처드 닉슨 전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공화당 출신의 닉슨 전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의 장본인.
이에 대해 고어 부통령은 브래들리가 상원의원 시절 역시 공화당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예산감축안에 찬성한 기록을 제시하며 “레이건 대통령을 지지한 당신이 왜 지금 유세는 (민주당의 진보적 대통령후보로 나섰다가 피살된) 로버트 케네디처럼 하고 있느냐”고 응수했다.
한편 오린 해치 상원의원이 사퇴함으로써 예비후보가 5명으로 줄어든 공화당 토론회에서는 역시 선두주자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가 뭇매를 맞았다. 그는 상당한 맷집을 과시했지만 토론능력에 대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했다.
부시는 이곳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겨냥, “당신처럼 나의 교육공약을 잘못 이해하고 비난하는 다른 한 사람은 앨 고어 부통령”이라면서 고어 부통령과 싸잡아 공격했다. 그러자 매케인은 “내가 앨 고어처럼 얘기하고 있다면 당신은 마치 빌 클린턴처럼 교묘히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이날 각당의 토론회에서는 양당이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 핵심이슈인 낙태문제도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됐다. 브래들리는 고어를 “낙태권을 인정하는데 소극적”이라고 비난했고 공화당 보수주의의 대표주자로 자임하고 있는 스티브 포브스, 앨런 키즈는 모두 낙태반대에 대한 입장이 어정쩡하다며 부시와 매케인을 몰아세웠다. 토론회가 끝난 뒤 CNN이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 초기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브래들리가 호감도와 이미지 등 5개 항목에서 고어를 눌렀고, 공화당에서는 키즈가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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