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우유를 배달하고 있다. 어떤 일이든지 쉬운 일은 없겠지만 배달에 걸리는 시간이 3시간이라면 대리점에 가서 물건을 가져오고 배달 뒤 상자를 갖다놓는 시간까지 5시간은 족히 걸린다. 우유는 신문과 달리 분실되면 대리점측에서 전혀 보상을 해주지 않으므로 판매원이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1ℓ 우유의 배달마진이 300원도 되지 않으므로 하루에 5개만 분실돼도 밤을 꼬박 새운 하루 일이 헛수고가 돼버린다. 아파트의 우유나 신문 투입구를 이용한 범죄사건이 보도되면서 투입구를 잠궈둔 가정이 많아졌다. 우유를 현관문 앞에 놓거나 손잡이에 주머니를 달아 넣어두면 우유가 없다는 전화를 하루에 다섯 번 쯤 받는다. 투입구를 열어두지 못하게 된 우리 사회가 안타깝기만 하다.
최기련(경기 성남시 신흥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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