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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제3의 길'…"투쟁만이 전부 아니다"

입력 | 2000-01-28 19:01:00


‘지식과 정보 중심의 새로운 노동운동.’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대별되는 노동계의 기존 판도에 ‘제3의 의미있는’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21세기 정보화사회를 맞아 정보통신 교통 서비스 분야 업종을 중심으로 새로운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세력이 규합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불을 댕긴 것은 그동안 민주노총의 전위대 역할을 해 온 서울지하철 노조. 서울지하철의 노사 잠정합의안이 우여곡절 끝에 25일 가결돼 ‘무파업 선언’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배일도(裵一道)위원장의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실험’이 일단 승인을 받은 것.

여기에 민주노총의 또다른 전위대 역할을 해온 한국통신 노조 이동걸위원장도 ‘사이버 시대에 걸맞은 노동운동’을 강조하며 배위원장과 큰 흐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일부 세력도 비슷한 생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새로운 흐름이 궁극적으로 ‘제3노총’ 건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물론 배위원장은 28일 “지금은 민주노총 탈퇴나 제3노총 건설을 거론할 단계는 결코 아니다”면서 “중요한 것은 기존 노동운동 방식이 개혁돼야 한다는 것이지 무슨 조직을 건설하는데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 논의 자체가 새로운 노동운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음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그는 그러나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립은 필연적이며 민주노총이 종전처럼 투쟁 일변도의 운동, 노조간부 중심의 운동 방식에서 탈피하지 않을 경우 형식적인 조직에 연연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배위원장은 최근 대구지하철 인천지하철 도시철도공사 노조 관계자들과 만나 ‘지하철노조협의회’ 설립을 논의했는데 일단 동종 업종 및 서울시 산하단체 노조의 연대를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통신 노조의 한 관계자도 이날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이동걸위원장이 배위원장과 현대자동차 보건의료 노조 관계자 등을 조만간 만나 의견을 나눌 계획인 것으로 안다”며 “통신 교통 서비스 분야의 연결고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철도 노조원을 합치면 5만여명이고 한국통신 노조원도 4만여명에 달해 여기에 보건의료노조와 현대자동차 등이 가세, 새로운 세력을 형성할 경우 노동계에 커다른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구도가 정착되는데도 10여년이 걸렸다”며 “새로운 노동운동 흐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노동운동의 큰 골격에서 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