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신은경지음/보고사/ 642쪽 2만3000원▼
‘風流’/‘바람처럼 흐르다’
삶을 묘사하는 말치고 이처럼 매혹적인 말이 있을까.
우석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지난 7년의 세월 동안 자신을 사로잡았던 ‘풍류’라는 화두를 풀어 책으로 내놨다.
중국인에게 풍류는 ‘風’이 지니는 자유로움, 어디에도 얽매임이 없는 분방함이다. 그것은 어떤 틀이나 격식, 현실적 상황 등에 얽매임이 없는 정신의 자유분방함이요 거칠 것 없는 호방함이다.
이에 비해 일본의 풍류에서 강조되는 것은 세련됨, 화미(華美)함, 장식성, 섬세함의 요소다.
중국의 경우 인간의 풍모에 관계된 것을 중심으로 풍류개념이 강조돼 온 것과 달리, 일본의 경우는 사물의 외면으로 드러나는 미적 요소, 그 중에서도 특히 감각적 아름다움이 부각돼 왔다.
우리의 경우는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원래의 풍류개념에 ‘형이상학적 요소’, 즉 ‘종교성’이나 ‘사상’의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고유성과 독자성을 찾을 수 있다.
동양 삼국에서 ‘풍류’라는 말의 쓰임과 전개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거기에 내포된 예술적 요소 가운데 중국의 경우는 주로 ‘시문(詩文)’, 우리 나라의 경우는 ‘음악’, 일본의 경우는 ‘춤’의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삼국의 ‘풍류’는 ‘예술적으로 노는 것’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흥(興)’과 ‘한(恨)’과 ‘무심(無心)’이라는 세 주제를 넘나들며 이러한 차이점과 공통점을 드러낸다.
저자는 바로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동양 삼국의 인물로 세 사람을 꼽는다.
대우주를 호흡하는 절대자유의 경지에 노닐었던 중국의 장자, 깊고 맑은 시심(詩心)을 가졌고 달조차 감동시킬 정도로 피리를 잘 불었던 우리의 월명사, 그리고 고귀한 신분에 음악적 재능과 교양까지 다 갖춘 일본의 겐지. 642쪽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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