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거구획정위가 27일 밤늦게 선거구획정작업을 마치자 이해관계가 걸린 의원들 간에 희비쌍곡선이 교차했다. 지역구가 사라진 의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반면 막판 뒤집기로 지역구가 살아난 의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환호했다.
▼민주당 비교적 평온▼
○…민주당의 경우 현역의원 중 상당수가 하루아침에 지역구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28일 상당히 ‘평온한’ 모습. 이날 고위당직자회의에서도 획정위안을 전폭 수용하자는 의견만 제시됐을 뿐 지역구 감축으로 피해를 보는 의원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겠지만 공천을 앞두고 누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느냐”며 “차라리 야당의원들이 부러울 것”이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달.
▼"순리 따른것" 안도▼
○…반면 한나라당은 강세지역인 영남에서 11곳이나 줄어든데다 우세지역인 서울 송파와 춘천 원주 강릉 등이 없어지게 돼 우울한 분위기.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도대체 총재와 총장의 지역구를 없애는 선거법 협상이 어디 있느냐”며 분통.
특히 정형근(鄭亨根)기획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북-강서갑 조정과 관련, “15대에 한해서 북-강서을에 주기로 한 덕천2동을 그대로 놔둔데다가 화명 금곡동을 넘겨주는 등 무지막지하게 조정했다”며 목청을 높이자 정치개혁특위 간사인 신영국(申榮國)의원이 “누구한테 큰 소리를 치는 거야”라고 맞고함, 한때 험악한 분위기.
반면 당초 통합대상이었다가 조정과정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경북 의성의 정창화(鄭昌和)정책위의장은 “적당한 행정구역(군위)을 합친 것은 순리에 따른 것”이라며 안도.
○…인구하한선 미달로 없어진 선거구가 인접 선거구와 합쳐지는 등 대개편으로 곳곳에서 현역의원 간 충돌이 발생.
전북 임실-순창의 박정훈(朴正勳·민주당)의원은 임실과 순창이 각각 완주와 남원으로 통폐합되자 “완주-임실에서 김태식(金台植·민주당)의원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겠다”고 선언.김의원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김의원측은 “완주(8만5543명)가 임실(3만9265명)보다 인구가 훨씬 많다”고 자신있다는 표정.
부안과 고창이 통합되면서 고창이 지역구인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재특보단장과 공천경합을 벌이게 된 부안의 김진배(金珍培)의원은 “고창과 부안이 별다른 관련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통합됐다. 부안은 차라리 김제나 정읍과 통합되는 게 자연스럽다”고 주장.
전남 곡성-구례의 양성철(梁性喆)의원은 곡성과 구례가 각각 장성-담양과 광양으로 통폐합되자 “여야협상이 남아있고 쟁점사항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에 명확한 뜻을 밝히겠다”면서 함구. 무안의 배종무(裵鍾茂)의원측은 무안이 한화갑(韓和甲)전사무총장이 버티고 있는 신안과 합쳐지자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하면서도 “모두들 한전총장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언급.
▼洞 주고받기 희비교차▼
○…선거구 조정 및 갑을선거구 편차조정과정에서 어느 동(洞)을 주고받느냐에 따라 의원들의 희비가 교차.
세 개의 선거구가 두 개로 줄어든 서울 송파의 경우 한나라당 맹형규(孟亨奎·을)의원과 전국구로 송파병지구당위원장인 윤원중(尹源重)의원이 한나라당에게 불리한 지역을 갑을 선거구 중 어느쪽으로 배치하느냐를 놓고 대립했으나 결국 현역 지역구의원인 맹의원의 승리로 마무리.
○…부산 해운대-기장 선거구 조정과정에서 막판에 해운대 좌동 신시가지가 기장에 합쳐지자 기장출신인 자민련 김동주(金東周)의원측은 낙담한 표정이 역력. 김의원의 기반인 기장은 7만4000여명에 불과한데 새로 들어온 해운대 인구가 10여만명에 달해 한나라당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
또 부산 북-강서을에 북-강서갑지역에 있던 인구 10만명이 넘는 화명 금곡이 넘어감에 따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의원측은 곤혹스러운 표정. 기존의 북-강서을은 인구수가 8만500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 따라서 화명 금곡지역을 오랫동안 관리해온 문정수(文正秀)전부산시장이 한나라당 공천신청을 내놓은 연제를 포기하고 이 지역으로 다시 옮길 것이라는 설이 나돌자 북-강서을의 한나라당 허태열(許泰烈)위원장측은 2년 이상 지역구를 다져온 점 등을 내세우며 강력하게 버티기 자세.
▼小지역간 표대결 극심할듯▼
○…인구하한선에 미달된 경남 산청-함양은 쪼개져 인접한 거창-합천에 붙으며 산청-합천, 거창-함양으로 통합 조정. 따라서 소지역 간 표대결 양상이 극심한 농촌특성 때문에 이 지역의 한나라당 의원들 간에 희비가 교차.
거창-함양의 경우 함양(4만7638명)보다 인구가 많은 거창(7만989명)출신의 한나라당 이강두(李康斗)의원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산청출신인 권익현(權翊鉉)의원측은 산청이 새로 편입된 합천보다 인구가 2만여명 정도 적어 불리한 여건에 놓이게 된 셈. 이에 따라 새로 통합된 산청-합천 선거구에는 합천출신인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동생 경환(敬煥)씨의 출마설이 강력히 대두.
또 인구하한선에 못미친 창녕이 밀양과 합쳐짐에 따라 인구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밀양출신인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의원의 공천이 유력해진 가운데 창녕의 노기태(盧基太)의원은 창원을로 지역구를 옮기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 당지도부와 막판 절충 중이라는 전언.
▼김종호-정우택의원 "일전 불사"▼
○…자민련은 강세지역인 충청권에서 선거구가 4석 감소했으나 다른 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탓에 획정위안을 긍정적으로 평가. 그러나 지역구가 통폐합된 의원들은 공천을 앞두고 벌써부터 신경전.
충북 괴산이 진천-음성과 통합되면서 자민련 김종호(金宗鎬·괴산)부총재와 정우택(鄭宇澤·진천-음성)의원은 일전불사를 주장. 김부총재는 “괴산과 진천-음성이 한 선거구이던 12대 때 전국 최다득표율을 기록한 적이 있다”며 지역구 사수를 다짐했고 정의원은 “국민들은 참신한 인물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 여기에 김진선(金鎭渲)전비상기획위원장도 최근 공천경쟁에 뛰어들어 더욱 복잡해질 전망.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인 이충범(李忠範)변호사는 자민련의 복잡한 상황이 선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김고성-정진석의원 "양보하시죠"▼
충남 연기가 공주와 통합되면서 김고성(金高盛·연기)의원과 정진석(鄭鎭碩·공주)위원장 간에도 교통정리가 필요한 형편. 김의원은 “지역구도 사수하지 못한 마당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면서도 은근히 공천에 자신감을 내비쳤고 정위원장은 “공주가 인구도 많은데다 참신성에서 앞서는 인물이 공천될 것”이라며 만만치 않은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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