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마다 공을 찬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정신 없이 축구공을 뻥뻥 차다보면 ‘주부 스트레스’라는 말은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물론 나의 아침 운동은 일반 직장인들보다는 늦게 시작된다. 오전 6시 일어나지만 먼저 아들(고1)과 딸(중2)의 도시락을 챙겨 학교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마저 출근하고 나면 비로소 온전한 나의 아침이 시작된다. 오전 8시경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아파트를 나서 한강변을 따라 천호대교와 잠실대교 사이에 있는 한강둔치 축구장까지 30여분간 달린다. 볼 트리핑을 하며 호흡을 조절하고 있으면 98년 4월 결성한 우리 ‘송파여성축구단’ 열성 회원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함께 축구장 주변을 서너바퀴 돈 뒤 1시간 가량 축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한다.남자들의 운동으로만 여겼던 축구를 시작한 지 어느덧 20개월. 그동안 잔병치레나 ‘40대 주부 우울증’을 전혀 모르고 지내왔다. 힘차게 달리다 슛하는 순간 온갖 잡념은 날아가고 상쾌한 하루가 강바람에 실려온다.
박향옥(42·주부·서울 송파구 풍납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