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새 슈퍼스타가 된 세인트루이스 램스의 쿼터백 커트 워너(29). 그의 ‘소설같은’ 인생드라마는 또 하나의 극적인 신기록을 만들어 내며 화려한 꽃을 피웠다. 89년 슈퍼볼에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조 몬태나가 세운 357야드 패싱기록을 414야드로 늘린 것.
그는 몇년전까지만해도 아이오와주의 한 슈퍼마켓에서 화장지를 ‘던져’ 진열하던 평범한 가게 점원. 그러나 이젠 ‘빈스 롬바디’ 트로피를 향해 볼을 던진 ‘억세게 운좋은 사나이’가 됐다. 워너는 이날 1,2쿼터에서만 패스 18번을 성공시켜 277야드를 전진했다. 한번 공격에 6번연속 패스가 이어졌고 35번 패스를 시도했다. 이것도 슈퍼볼 최고 기록.
‘깜짝 주인공’ 워너의 활약으로 세인트루이스는 9년 연속 바닥을 헤매던 ‘만년 약체’에서 우승팀으로 변신했다. 미국민들은 이를 두고 “너무 소설같아 거짓말같다”고 말한다.
노던아이오와대에서 ‘벤치워머’를 못 벗어나던 워너는 98년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하기 전 3년간 2부리그인 아이오와 반스토머스와 NFL 유럽리그인 암스테르담 애드머럴스를 떠돌았다.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해서도 몸값만 1650만달러인 주전 쿼터백 트렌트 그린의 백업요원일 뿐이었다.
그가 ‘행운’을 잡은 것은 그린이 올시즌 개막 직전 부상으로 빠진 것. 워너의 ‘숨어있던 능력’이 마침내 발휘되기 시작했다. 워너의 활약으로 세인트루이스는 NFL 통산최고인 4353야드 팀패싱 기록을 세웠다. 워너는 댄 마리노(마이애미 돌핀스)에 이어 한 시즌에 터치다운 패스 40번 이상을 일궈냈다.
1년전 꿈도 꾸지 못했던 정규리그와 슈퍼볼 MVP를 한꺼번에 거머쥔 워너는 “슈퍼볼에 스타팅멤버로 출전하는 건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나는 늘 나 자신을 믿는다. 슈퍼마켓에서 일할 때도 아레나리그에서 뛸 때도 난 결코 꿈을 버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