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왜 어려운 한문을 많이 섞어 쓰나.” “재판중 할 말이 많은데 판사는 왜 ‘예, 아니오’라고만 대답하라고 하나.”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을 먼저 진행시켜 변호사 없는 당사자는 피해를 본다.”
서울지방법원이 31일 사법사상 처음 시도한 ‘시민과의 대화’에서 그동안 법원에 대해 가졌던 시민들의 불만이 거침없이 쏟아져나왔다.
법원은 이날 행사에 시민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0여명을 초대하고 형식상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질의 답변시간도 마련하는 등 ‘열린 법원’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초대된 시민들은 이같은 법원의 ‘발상 전환’에 환영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재판 당사자로서 직접 겪었던 불편과 법원에 대한 평가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한 시민은 “법원 직원의 친절과 봉사정신이 다른 관청에 비해 뒤떨어진다”며 “시대가 변해도 법원은 변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민은 “법원의 급행료 관행이 아직 근절되지 않았다는데 대책이 있느냐”고 캐물어 법원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런 불만은 애정어린 충고와 제안으로 이어졌다. “사이버시대이니 소액재판은 사이버재판으로 하자”는 정책 제안에서부터 “소송에는 소장이나 신청서의 접수일이 중요한데 법원이 접수증을 발급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질문이 계속되자 강봉수(康鳳洙)서울지법원장은 “오늘 모임은 열린 법원의 출발점으로서 시민과 법원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것으로 성공”이라며 일부 질문에 대해 즉석에서 개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이석연(李石淵)경실련 사무총장은 “시민과 법원 사이에 가로 놓인 벽을 생각하면 오늘 자리는 때늦은 감이 있다”며 “형식적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법 관계자도 이에 화답, “앞으로 2개월에 한번씩 시민단체대표와의 간담회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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