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의 방대한 문헌에 압도돼 오늘도 한숨을 쉬며 책장을 뒤적이는 연구자가 있다면, 이제 인터넷의 문을 열고 동양학의 ‘전자도서관’(http://nihon.korea.ac.kr/nihongo)으로 들어가 보라. 클릭하는 순간 동양학 정보의 거대한 보고(寶庫)에 들어갈 수 있다.
인터넷에 이 전자도서관을 연 사람은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이한섭(李漢燮·51세)교수.
1998년8월에 인터넷에 올려진 이 홈페이지에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의 동양학 관련 자료가 쌓여 있다. 이교수가 직접 입력한 자료나 저작권 문제가 없는 자료는 누구나 쉽게 ‘퍼갈 수’ 있도록 했고 저작권 시비의 소지가 있는 자료는 그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관련 사이트를 링크해 놓았다.
이교수는 1998년12월 발간한 ‘한국일본어학관계 연구문헌일람-어학편’(고려대출판부)을 통째로 선보인데 이어 3월 발간할 속편(문학편)도 올릴 예정이다. 링크돼 있는 사이트는 국내의 국립국어연구원, 장서각, 규장각, 일본의 나라(奈良)국립문화재연구소, 국문학연구자료관 등 쟁쟁한 전자도서관에서부터 개별 연구자들의 자료사이트까지 다양하다.
동양학 연구자들이 항상 느끼는 어려움은 수천년 동안 축적된 엄청난 양의 문헌을 어떻게 다 읽고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내는가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문학 중에서도 특히 동양학연구는 오랜 기간의 훈련과 작업을 필요로 한다. 일찍부터 ‘십삼경인득(十三經引得)’이나 ‘십삼경주소경문색인(十三經注疏經文索引)’ 같은 색인집이 발달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컴퓨터의 뛰어난 검색기능은 이런 수고를 단번에 덜어 줄 수 있다.이한섭교수는 96년경 일본에 있을 때 일본의 동양학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보며 개인적 필요에서 이런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교수가 말하는 ‘정보공유화’의 장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교수는 “한국에 앉아서 전세계의 자료들을 수집해 정확하게 검색하고, 고문자들을 현대코드로 쉽게 찾아 해독하며, 연구자들끼리 자료를 쉽게 교환해 불필요한 중복작업을 줄이고 서로간에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CD조선왕조실록’(서울시스템)이 우리 문화산업에 미친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교수는 “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인테넷에 공개해 모든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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