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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여류기사들 실력 "쑥쑥"… '제2의 루이나웨이' 꿈꾼다

입력 | 2000-02-01 08:27:00


여성과 남성의 기력(棋力) 차이는 얼마나 될까?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타이틀이 걸린 일반 기전(43기 국수전)의 도전자로 나선 한국기원 소속의 중국 여류기사인 루이나이웨이9단. 그가 주도하고 있는 ‘반상의 성(性)혁명’을 계기로 남성과 여성의 기력 차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정상권과 기력차이 ▼

프로에 입단했다는 것은 사실 성과 몇 단(段)이냐에 관계없이 호선(맞바둑)으로 바둑을 둘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매년 여류기사들이 상대적으로 경쟁이 약한 여류입단대회를 통해 입단한 결과, 같은 프로이면서도 여성 기사들의 실력은 대체로 남성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루이9단이 등장하기 이전만 해도 프로 바둑은 곧 남성 기사들의 각축장을 의미했다. 실제 90년 열린 프로(유창혁 양재호)와 여류 최강의 대결은 두점 치수에서 시작해 넉점까지 올라갔다가 석점에서 중단됐다.

호선과 정선은 5집반, 접바둑일 경우 한점이 늘 때마다 10집 정도의 차이가 난다는 게 바둑계의 중론이다. 이쯤되면 고수(프로)의 세계에서는 감히 함께 바둑을 둔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수준의 차이다.

최근 바둑계에 불고 있는 ‘우먼 파워’는 역시 루이9단이 주도하고 있다. 그녀는 최명훈6단 목진석4단 등 신진 강호들은 물론 유창혁 이창호9단 등 ‘거물’까지 잇따라 격파했다.

문용직4단(정치학박사)은 “루이9단은 이미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 9단 등 이른바 ‘3인방’의 턱밑에까지 쫓아왔다”면서 “한국의 정상이 곧 세계 정상인 것을 감안하면 루이의 기력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말했다.

▼ 조혜연 박지은 선두 ▼

조혜연 박지은2단(한국), 펑윈9단 화쉐밍7단(중국), 고바야시 고이치9단(小林光一)의 딸로 남성 기사들을 제치고 지난해 일본기원 주최의 신인상을 받은 고바야시 이즈미(小林泉美)4단 등은 남성 기사들을 괴롭히는 세계 여류바둑계의 강자로 꼽힌다.

그러나 루이 9단을 빼면 여류 바둑계의 세계적인 강호라고 해도 남성 프로 기사와는 적지 않은 실력의 ‘벽’이 있다는 게 바둑계의 시각이다. 문4단은 “90년대 중반이후 여성 기사들의 실력이 급상승했다”면서도 “남성과 여성 기사의 ‘바둑 치수’는 호선에서 정선 사이로 보면 무난할 것”라고 말했다.

▼ 조기교육 크게 늘어 ▼

명지대 바둑학과 정수현교수(프로 9단)도 비슷한 의견이다. 정교수는 “여류기사중 상위권 기사들이 정선으로 남성 프로기사와 대국한다면 상당히 높은 승률을 올릴 것”이라면서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바둑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여류기사들이 늘고 있어 여성과 남성의 실력 차이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