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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1세기 도전]인재를 잡아라

입력 | 2000-02-01 19:21:00


일본이 직면한 큰 사회문제의 하나는 고용불안이다. 1일 발표된 1999년 일본의 연간 평균 실업률은 98년보다 0.6%포인트나 높은 4.7%로 사상 최악의 기록을 경신했다. 처음으로 미국(작년 연평균 실업률이 4.2%)보다 실업률이 높아졌다. 특히 중장년층의 해고 공포와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그러나 이런 고용불안의 다른 한편에서 기업들은 전문적 인재를 끌어오거나 붙잡아두기 위해 지혜를 짜내고 있다. 지식이 최대자산이 된 정보시대로 접어들면서 그에 걸맞은 인재를 확보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인재를 잡기 위한 유인책(인센티브)은 정보통신 전자 금융업종에서 두드러진다. 고용사정도 양극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바는 ‘성과중시형 임금’과 ‘기존형 임금’ 가운데 하나를 사원이 선택할 수 있는 새 임금제도를 4월에 시행한다. 성과중시형은 기본급이 종전보다 20% 많은 대신 시간외근무를 해도 잔업수당이 없다. 연 2회 지급하는 상여금도 신제품개발실적(기술직)이나 판매실적(영업직)에 따라 차등지급한다. 그 결과 업무실적이 뛰어난 사람의 연간수입은 동년배 사원의 최고 1.6배가 된다. 성과중시형 임금을 선택한 직원은 근무시간도 유연해 하루 중 의무 출근시간은 최저 30분. 일이 있으면 오래 일하고, 일이 없으면 일찍 사무실을 나가도 된다.

회사 관계자는 “새 임금제도는 의욕과 실력을 가진 직원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며 “화이트칼라 직원 중 50% 가량이 새 제도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닛코증권도 젊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파격적 급여 및 인사체계를 4월에 도입한다. 이 회사는 모든 대졸 평사원에게 근속연수에 관계없이 동일한 기본급(30만엔)을 지급하되 상여금에서는 성과주의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대졸 신입사원 기본급(현재 18만엔)은 70% 가량 늘어나는 반면 관리직이 되기 직전의 평사원 기본급은 종전보다 5만엔 가량 줄어든다. 닛코증권은 또 1년에 2차례 지급하는 상여금 상한액을 기본급 등 연수입의 최고 2배로 책정해 실적에 따라 차등지급한다. 새 제도 도입으로 능력이 뛰어난 평사원의 연간 총수입은 최고 1000만엔을 넘을 수도 있다. 인사제도도 대폭 개편해 대졸신입사원이 입사 후 관리직이 될 때까지의 최단기간을 현재 10년에서 6년으로 단축한다. 조직관리의 양대 수단인 ‘돈과 인사’를 통해 능력있는 직원을 붙잡아두고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IBM의 ‘전무급 대우제도’ 도입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회사는 △컴퓨터시스템 개발 및 운용전문가 △정보기술(IT)에 관해 경영컨설턴트에 준하는 수준의 능력있는 직원 △독자적으로 수주를 할 수 있는 영업사원 등 당장 독립해도 경쟁력이 있는 직원들을 선정해 연봉 3000만∼4000만엔씩을 지급한다. 비서와 개인사무실도 줄 방침이다. 전무급의 파격적인 대우다. 주로 IT분야의 전문인력을 붙잡아두기 위한 것이다.

최근 맹렬한 기세로 사세를 키우고 있는 히카리통신도 실적향상과 외부인재 영입을 위한 인센티브를 내놓았다. 이 회사는 휴대전화 판매실적이 우수한 대리점 경영자와 신규채용 인재 200여명에게 스톡옵션(주식구입권리)을 주기로 했다.

일본기업이 자사 임직원이 아닌 외부인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들은 한사람이 평균 2000만엔 상당의 스톡옵션 권리를 받은 뒤 히카리통신 주가가 기준가격(3월말 주가)보다 30% 이상 오르면 권리를 행사해 차액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후지쓰는 ‘차세대 간부’를 키우기 위한 획기적인 사내 엘리트 연수제도를 4월부터 실시한다. 매년 40대의 부장승진 후보자 20명씩을 선발해 4개월간 최첨단 경영이론과 문제해결능력을 가르치는 것이다. 아키쿠사 나오유키(秋草直之)사장은 “치열한 경쟁시대에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회사에 오래 근무한 직원만으로는 역부족이며 실력을 갖춘 차세대 간부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본정부는 ‘일본판 빌 게이츠’ 육성에 나섰다. 통산성은 올해부터 5년간 모두 100명의 독창적 프로그래머를 뽑아 1인당 최고 1억엔의 연구비를 지원키로 했다. 우선 올해는 컴퓨터 기본운영체제(OS) 데이터베이스 화상처리 암호화기술 등 10개 분야에서 20명을 선발한다. 아이디어는 인터넷으로 공모하며 학력과 나이에 제한이 없다. 통산성 관계자는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어도 창의성을 억누르는 회사조직 때문에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개인을 정부가 직접 찾아내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