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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 2000]뉴햄프셔 '빅4' 票心 잡기

입력 | 2000-02-01 19:21:00


뉴햄프셔주 예비선거에 출마한 미국의 대통령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특색있는 유세 방식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막대기’라는 별명을 들을 만큼 딱딱한 이미지 때문에 고전해왔던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은 이곳에서는 정장을 벗어붙인 지 오래. 그는 청바지를 입고 혁대에 휴대전화까지 차고 유세를 하면서 새로운 사회 분위기에 맞춰 앞서가는 활력있는 이미지를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유세의 귀재로 불리는 빌 클린턴 대통령조차 고어의 변신에 탄복하면서 “계속 그대로만 하라”고 격려할 정도.

지난달 30일 뉴햄프셔주 서머스워스의 힐탑 승마센터에서 열린 집회는 고어가 보여준 변신의 총결산. 1500명이 넘는 지지자들이 모인 집회에서 고어는 록음악의 반주에 따라 환호와 갈채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연설 문장을 잘게 잘라 연호와 박수를 자주 유도했다. 집회가 끝날 즈음에는 모든 청중들이 고어의 승리를 확신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차분한 연설로 청중호소▼

반면 그의 경쟁자인 빌 브래들리 전상원의원은 대화를 나누는 듯한 차분한 연설로 청중의 영혼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유세를 했다. 지난달 31일 뉴햄프셔주 데리의 오페라하우스에서 10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집회에서는 그가 연설하는 동안 거의 박수가 나오지 않았다. 청중은 조용히 그의 말을 경청했고 연설이 끝나자 비로소 마술에서 풀려난 듯 일어나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브래들리는 일문일답을 통해 예비후보인 자신과 공약에 대한 청중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시간도 가졌다. 청중의 질문도 그가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은 외교정책에 집중되는 등 수준이 높았다.

▼정장차림으로 차별화 시도▼

뉴햄프셔주 콩코드시에서 야외집회를 가진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유세버스에서 내려 100m 정도 떨어진 유세장까지 이동하는 데 15분이나 걸렸다. 언론의 관심이 아쉬운 형편이어서 기자들의 즉석 질문에 상세히 답변하면서 걸었기 때문이다. 그는 선두주자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의 ‘가벼움’에 대한 대안으로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계산에서인지 언제나 정장차림으로 높낮이가 별로 없는 진지한 목소리로 연설을 이어나갔다. 그는 지난해 7월 이곳에서 처음 유세를 시작할 때만 해도 3%의 지지율에 좌절해야 했으나 114번의 타운미팅을 통해 주민을 설득한 끝에 뉴햄프셔주에서만은 선두로 발돋움했다.

▼TV에 맞는 이벤트 집중▼

반면 부시 주지사는 선두를 지키는 방어적 선거전략에서인지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기자회견이나 주민들과의 일문일답을 일절 사절하고 TV 화면에 잘 맞는 이벤트에 집중했다.

지난달 31일에도 그는 팬케이크 뒤집기 경연대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13세 쌍둥이 자매와 함께 눈썰매를 타는 광경을 연출했다. 부시는 집회에서는 연설보다 사인을 해주는 데 더 오랜 시간을 보낸다. 웬만하면 유권자들을 덥석 안아주는 스타일. 그가 이처럼 대중 친화적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동안 그의 운동원들은 이 주에서만 12만장의 홍보물을 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4만8000통이나 걸었다.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