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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시장 '속임수' 설대목 앞두고 극성…원산지 바꿔치기등

입력 | 2000-02-01 19:21:00


일반 소비자와 수산 전문가의 눈에 비친 서울의 수산물시장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지난달 31일 본보 취재팀은 수산업전문가인 수협 직매팀장 한지교(韓智敎·50)과장 등 2명과 함께 서울 가락동과 노량진의 수산물시장을 찾았다.

먼저 가락동 수산물시장. 겉보기엔 설 대목을 맞아 사람들이 붐비는 가운데 좌판에 진열된 각종 생선에서 신선감과 함께 비린내가 물씬 풍기고 가게마다 원산지 표시가 잘 돼 있었다.

그러나 동행한 한과장은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상인들의 ‘속임수’를 족집게처럼 집어냈다. 가장 흔한 속임수는 냉동대구를 생대구로 파는 것처럼 냉동생선을 버젓이 ‘생물’(냉장생선)이라며 비싼 가격을 받는 것.

좌판에 널린 병어 조기 고등어 장대 민어 등 대부분이 냉동생선인데도 잡은 지 며칠 안되는 냉장생선인 것처럼 팔고 있었다. 물론 생태 삼치 청어처럼 진짜 ‘생물’도 눈에 띄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수법을 ‘냉동 후까시’라고 부른다. 잡은 지 벌써 몇달 지난 냉동생선을 미지근한 물로 해동시킨 뒤 얼음 위에 올려놓고 소비자의 눈을 속여 파는 수법이다. 한마디로 턱없는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셈.

취재기자가 상인에게 “왜 속이고 파느냐”고 묻자 40대 여자 소매상은 “냉동생선이라면 눈길도 주지 않아 어쩔 수 없다”며 “그러나 가격은 냉동생선 값을 받는다”고 주장. 한과장에 따르면 소매상이 파는 생선의 60% 가량이 냉동생선이라는 것.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원산지 바꿔치기’도 여전한 관행. 일부 가게에선 뉴질랜드산 고등어, 중국산 조기, 일본산 갈치를 버젓이 국산으로 둔갑시켜 놓았다. 또 아예 원산지는 표시조차 하지 않고 소비자가 물어보면 “국산”이라고 대답하는 어물전도 적지 않다.

기자가 물었을 땐 국산이라고 대답하던 한 상인은 한과장이 똑같이 묻자 그를 알아본듯 마지못해 “외국산”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날 새벽 가락동시장 경매에 참가했던 한과장은 “전문가끼리 모이는 새벽 도매시장에선 원산지를 못 속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찾는 낮에는 사정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경 노량진 수산시장. 원산지를 속이는 가게는 드물었지만 바가지는 여전했다. 한 활어전문가게에서 수족관 안의 농어가 얼마인지 묻자 가게주인은 “자연산”이라며 이를 저울에 올려놓고는 “1.2㎏이니 4만5000원”이라고 말했다. 잠자코 있던 한과장은 밖으로 나와 “양식농어이며 값도 두배반 이상 바가지”라고 귀띔했다.

냉동생선을 ‘생물’이라고 우기는 속임수는 여기서도 마찬가지. 기자가 서산산 대하(大蝦)를 파는 50대 여자상인에게 “냉동대하인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대하를 아예 기자의 손에 쥐어주며 “이게 냉동대하냐”며 열을 올렸다. 한과장은 “겨울엔 대하가 아예 잡히지 않는데 생물이라고 우기는 건 웃기는 얘기”라며 쓴웃음.

두 수산시장을 돌아본 한과장은 “중국산 조기, 일본산 갈치나 생태 등은 어선의 국적에 따라 원산지가 달라질 뿐 실은 국산과 같이 봐도 된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우리 생선만 찾다보니 상인들의 속임수가 횡행하고 유통질서가 문란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watch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