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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노린 데이콤 전무, 회사돈 담보 600억대출 유용

입력 | 2000-02-01 19:21:00


정보통신업체 전무가 ‘한탕’을 노리고 회사의 예금을 담보로 은행에서 600여억원을 대출받아 골프장 사업 등에 투자했다가 수백억원을 날린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사와 회사예금을 담보로 엉뚱한 대출을 해준 은행 사이에 수백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하는 등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검찰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은 기업인의 극단적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행태’”라고 개탄했다.

▼‘한탕’ 공모▼

98년 10월 주데이콤의 전무 조익성(趙益成·52)씨는 건설회사인 ‘시내산개발’ 소유주인 정운기(鄭雲紀·56)씨로부터 Y개발이 경기 양평에 건설중인 K골프장이 경매에 부쳐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씨와 정씨는 이 골프장을 인수해 바로 제3자에게 되팔면 최소한 100억∼200억원을 손쉽게 남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투자자금’ 조달에 나섰다.

당시 자금담당 전무이던 조씨는 부하직원을 시켜 데이콤 대표이사 도장을 몰래 가져오도록 한 다음 회사측의 은행예금 가운데 신한은행 영동지점에 맡긴 예금 110억원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계약서를 만들어 이를 정씨에게 건네줬다. 정씨는 근질권 설정 계약서를 거래은행 지점에 제시하고 ‘시내산개발’ 명의로 104억원을 대출받았다.

조씨 등은 데이콤의 신한은행 예금 150억원과 한빛은행 예금 150억원 등 300억원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이중 일부를 갚은 뒤 다시 대출 받는 등의 방법으로 98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4차례에 걸쳐 모두 610억원을 대출 받았다.

이들은 또 지난해 말 자금난이 심해지자 데이콤의 회사 당좌인감을 몰래 빼내 어음을 발행한 뒤 이를 신한은행에 제시하고 86억원을 받아쓰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날아간 골프장▼

조씨 등은 99년 1월 ‘시내산개발’ 명의로 K골프장 경매에 참여해 195억원에 낙찰받았다. 이들은 대출 받은 돈으로 경매가의 10%에 해당하는 19억5000만원을 경매보증금으로 냈다.

조씨 등은 지난해 말까지 170억원을 더 투입해 골프장 공사를 70%까지 진행시켰지만 골프장을 사줄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경매 잔금을 내지 못하는 바람에 낙찰이 취소됐으며 K골프장은 지난해 12월28일 재경매에 부쳐져 225억원에 D개발로 넘어갔다.

조씨 등은 대출 받은 돈으로 골프장 외에 W학원을 인수하는 등 무리하게 ‘문어발 사업’을 벌여왔다고 검찰은 전했다. 현재 조씨 등이 은행에 갚지 못한 원금 및 이자는 319억원.

▼데이콤과 은행의 책임공방▼

319억원의 손해를 누가 부담하느냐가 쟁점. 은행측은 데이콤의 예금이 ‘합법적으로’ 담보 제공된데다 회사 자금담당 전무가 담보제공 사실을 확인해 줘 대출해 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 반면 데이콤측은 조씨의 사기대출은 회사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불법행위’이므로 은행측이 예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어 법정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지검 특수1부(이훈규·李勳圭부장검사)는 1일 조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정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3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