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선 1월중 무역수지는 마이너스 4억달러. 20일까지의 대일 적자 5억5300만달러를 제하면 흑자나 최소한 균형을 이룬다.
우리 무역구조에서 대일 적자는 그만큼 ‘악성 질환’인 셈. 이 질환은 60년 이후 40년간 이어져온 ‘만성병’이지만 작년부터 다시 증세가 심각해지고 있다.
60년부터 작년까지 한일 교역에서 내준 적자는 1500억달러가 넘는다.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96년 156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한동안 줄어드는가 싶었으나 작년 하반기 이후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급국산 부품은 日製▼
▽산업구조 고도화될수록 대일 의존 심화〓우리가 수출의 대표주자로 내세우는 반도체의 경우를 보면 대일 적자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작년 1∼11월중 반도체의 대일 수출실적은 16억9000만달러. 그러나 수입은 배에 가까운 31억9800만달러나 된다. 반도체의 핵심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다 보니 나오게 된 결과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제조업체들이 내놓는 이른바 명품들도 ‘속’을 들여다보면 일본 업체들의 부품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과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의 경우에도 제품을 만드는 공장의 설비는 죄다 일본제다. 기초 기계류인 선반이나 밀링머신을 봐도 수백가지 부품 중에서 가장 핵심부품들은 ‘메이드 인 저팬’을 달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일수록 핵심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다 보니 ‘고도화〓대일의존도 심화’로 나타나게 된다는 얘기.
이 때문에 수출 호기로 간주되는 엔고 현상마저 원가 부담을 높여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굴레’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부품 산업〓‘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한국을 비판하는 책을 펴낸 일본인 오마에 겐이치는 “한국은 부품산업을 육성하지 않는 한 영원히 일본에 종속된 2류국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부품산업 육성 시급▼
장기적인 투자와 육성이 필요한 부품산업을 소홀히 한 채 대기업 위주의 성장전략을 펴오면서 산업의 허리인 부품산업을 비워둔 데 대한 비판이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기계 부품 등 우리 자본재 부품산업은 일본보다 최소한 6년 이상 뒤져 있다.
▽산업정책적인 접근 필요〓지금까지의 대일 적자 정책은 주로 일본 제품의 수입을 억지로 막아오던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빗장’은 속속 풀리는 추세. 일본 제품의 수입 방어막이던 수입선다변화제도도 작년 완전 철폐됐다.
전문가들은 “일본에 대해서는 경쟁과 함께 협력의 틀을 갖추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한다. 80년대 이후 한국을 떠나고 있는 일본 부품업체를 국내에 다시 불러들이는 것 등이 적절한 처방이 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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