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드니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에서 저의 진가를 발휘하고 싶습니다.”
‘그라운드의 여우’ 윤정환((27·세레소 오사카). 올 초 일본프로축구 세레소 오사카로 떠났던 그가 허정무 감독의 긴급 호출을 받고 1일 울산에서 전지훈련중인 축구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윤정환의 차출은 12일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지는 골드컵축구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의 아킬레스건으로 드러난 게임메이커 자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
허감독은 “공격형으로 끌어올린 노정윤이 체력 문제로 풀게임을 소화하기 어려운데다 이관우는 경험이 부족하다”며 “탁월한 경기 운영 감각과 패싱 능력을 갖춘 윤정환을 적절히 투입하면 공격력이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환은 96애틀랜타올림픽 최종 예선때 한국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체력이 약하고 체격이 작다는 이유로 ‘힘의 축구’를 구사했던 98프랑스월드컵 본선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98방콕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하고 벤치 신세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6월 코리아컵대회에서도 마찬가지.
“부상이 잦았던 것도 있었지만 원래 제가 많이 뛰는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이 부분이 감독이나 팬에게 불성실한 모습으로 비쳐졌던 것 같아요.”
윤정환은 모처럼 태극마크를 다시 단 만큼 “이번에는 팬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골드컵대회에서는 체력보다는 재치있는 순간 플레이로 승부를 걸 계획. 허감독이 자신의 장단점을 잘 아는 상태에서 부른 것인 만큼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작전이다.
올림픽대표팀 후배인 이관우, 세레소에서 한솥밥을 먹게된 선배 노정윤과의 주전 경쟁도 윤정환이 극복해야 할 관문이다. “둘 다 플레이가 훌륭하다. 또 고종수도 복귀할 예정이라 시드니올림픽 본선 와일드카드 획득은 바늘구멍이다. 그러나 그간 대표팀 경기에 아쉬움이 컸던 만큼 꼭 기회를 잡고 싶다.”
윤정환의 현재 몸상태는 정상의 60%선. 지난해 7월28일 프로축구경기에서 다친 오른쪽 발목은 완쾌됐으나 훈련 부족으로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대회전까지 몸 상태를 90%까지는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가능하면 풀게임을 소화할 욕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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