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에서 가장 실험성 강한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꼽으라면 7년차 아나운서 황정민(29)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진행 중인 프로는 대개 기존의 틀을 깨거나 아예 새로운 포맷이다.
지난해 4월부터 방송 중인 KBS2 ‘뉴스투데이’(평일 밤8·00)는 ‘9시뉴스’와는 달리 방송 뉴스가 아닌 정보도 제공하는 잡지식 편집을 지향한다. 3개월된 위성2 ‘가요@빅뱅’(화 밤11·00)은 처음으로 순위가 아닌 ‘정보’ 로서 가요를 다룬다. 98년 9월부터 방송 중인 2FM라디오(89.1㎒) ‘FM대행진’(매일 오전7·00)은 아침방송으로서의 차분함은 최소한만 유지한 채 각종 재기발랄한 코너로 채워진다.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실험적’이라는 것은 곧 아나운서로서 황정민의 퍼스낼리티와 직결된다. 그는 ‘아나운서〓공주’라는 도식을 사정없이 깬다. 그는 KBS 여자 아나운서 중에서 유일하게 ‘아톰 머리’(머리 끝을 올린 단발머리)를 고집한다. 얼마 전 ‘가요@빅뱅’ 녹화 중 황정민은 갑자기 스탭과 출연 가수 숫자대로 자판기 커피 17잔을 손수 뽑아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만큼 ‘파격적’이다. ‘뉴스투데이’에서 ‘DDR’ 열풍을 다루면서 “저는 손님이 뜸한 아침시간을 이용합니다”라는 멘트로 시청자의 들끓는 반응을 얻어낸 것은 KBS 내에서도 유명한 일화가 됐다.
하지만 이런 황정민에게도 KBS 구성원으로서 갖는 고민은 있다. 입사 이래 97년까지 줄곧 뉴스만을 진행해온 그는 “아직까지도 ‘파격’과 ‘정통’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찌보면 공영성과 오락성(시청률)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KBS2의 입장과 흡사하다. 실제 그가 진행 중인 프로는 일부 엔터테이너형 아나운서들이 진행하는 버라이어티 쇼와는 다르다. ‘뉴스투데이’ 제작진이 지난해 초 여자 진행자를 물색하면서 심은하 송윤아 등 탤런트를 영입하려다 결국 ‘중용적인’ 황정민을 낙점했다는 것은 그의 입지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그는 “앞으로 충원 과정부터 아나운서의 역할이 나뉜다면 보다 좋은 방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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