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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라의 미각시대]파리-서울의 '부다 바'

입력 | 2000-02-01 19:21:00


21세기의 화두 중 하나는 ‘신비로움’이다. 정보화로 국경이 무의미해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어디에선가 맞닥뜨리기를 원한다. 미식가들도 마찬가지.

프랑스 파리의 콩코드광장 부근 크리옹호텔 뒤편의 ‘부다바’(Buddha Bar). 최근 서양인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불교열풍과 함께 탄생한, 불교를 테마로 분위기를 꾸민 퓨전식당이다.

멋쟁이 파리지엔 사이에서 이 곳을 가보지 못한 사람은 ‘촌사람’취급을 당할 정도로 파리의 명물이 됐다. 1주일 전에는 예약(프랑스 01-53-05-90-00)을 해야 겨우 자리를 얻을 수 있을 정도.

1층 바에서 중앙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식당이 있다. 주방과 홀 사이에는 키 6m의 거대한 불상이 있다. 음악도 가사 없이 음성으로만 이뤄진 인도풍.

프랑스요리를 비롯해 동남아요리 일식 등 동양요리를 선보인다. 분위기 뿐 아니라 맛도 일품. 초밥과 회는 경력 10년이 넘은 정상급 일본인 요리사가 만들어 낸다. 이 집의 월 매출은 약 320만프랑(약 5억4000만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파리의 부다바를 보고 벤치마킹을 했다는 중국음식점이 있다. 가게 이름도 철자 하나만을 바꾼 ‘부다바’(Bouddha Bar).

그러나 ‘안을 보면’ 불교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고급스런 앤틱풍의 프랑스 스타일로, 1층과 천장의 벽화는 압권이다. 그 외 치장은 최대한 절제한 미니멀리즘. 프랑스의 부다바와 딴판이지만 고객들이 느끼는 ‘이국적 신비로움’은 마찬가지일 듯.

신선한 재료를 선택, 부드러운 맛을 살리는 요리가 특징. 점심코스 3만원선, 저녁코스 5만원부터. 세금과 봉사료 15%가 추가된다. 파리의 부다바는 불친절을 넘어 손님을 불쾌하게 하지만 서울의 부다바는 봉사료를 더 내고 싶을 만큼 친절하다. 02-542-2222

송희라 hira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