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 이동국(21·포항 스틸러스)이 갈림길에 서 있다.
올 시드니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무대에서 한국 축구 최전방을 책임질 기대주인데도 새천년 들어 이렇다 할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우물안을 맴돌고 있는 것.
새천년 첫 대회로 치른 호주 4개국 친선축구대회에서는 잇따라 후반 교체 당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자신의 그늘에 가려있던 설기현은 눈부신 플레이를 펼치며 이어진 뉴질랜드 전지훈련 때 국가대표로 승격,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울산 전지훈련에서 이동국은 제 컨디션을 되찾았다. 1일 울산 현대와의 연습경기에서는 후반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을 2-1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13일부터 열리는 골드컵대회 출전 엔트리에 포함될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스트라이커 자리는 3개인데 한국축구 간판 스트라이커로서의 계보를 잇고 있는 황선홍과 최용수가 버티고 있는데다 안정환 설기현 박성배의 기세도 만만찮다.
이동국은 “마음을 비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겠다는 자세로 쟁쟁한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겠다는 각오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이동국이 스트라이커로서 보기 드문 자질을 갖춘 선수”라며 “같은 나이일 때의 황선홍보다 훌륭하다”고 칭찬한다.
그러나 불안한 시선을 완전히 접을 수는 없다. 열심히 뛰는 스타일이 아닌데다 그에게 집중되는 패스를 감안하면 골 결정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 때문이다. 허감독이 경기전 “좀 다부진 모습을 보이라”고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감독은 “동국이에게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좀 더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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