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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아파트 건설 봇물…고양시 숨막힌다

입력 | 2000-02-02 19:10:00


《일산신도시가 들어서 수도권 북부의 대표적인 계획도시로 꼽히는 경기 고양시 일대에 최근 우후죽순처럼 아파트가 들어서거나 건립계획이 추진되고 있어 마구잡이 개발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수도권 남부에서 마구잡이 개발로 인한 각종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1,2년 후 일산 주변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마구잡이 개발 실태▼

2일 고양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고양시에 올해 입주할 예정인 아파트가 4624가구나 돼 1만6000∼2만명의 추가 인구가 유입될 전망이다.

여기에 2004년까지 4만여가구 13만여명의 입주 계획이 잡혀 있는 등 일산 주변의 아파트 신축붐은 계속되고 있다.

일산신도시 경의선 철길 건너편에 있는 일산2동의 임야에는 현재 대림건설 삼정건설 등의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이 지역은 총 2789가구에 9000여명이 입주할 계획이다.

인근의 한 부동산업자는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도로가 부족해 장기적으로 교통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가 아파트 추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모두 12곳. 택지개발지구인 풍동 일산2지구를 비롯해 준농림지에 용도를 바꿔 아파트를 짓는 준도시 취락지구인 대화 가좌 식사 풍동지구, 주택지 조성사업지인 탄현 일산 고양 관산 벽제 벽제1 벽제2지구 등 모두 12곳이다.

대부분 ○○지구라는 명칭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일산2 풍동 관산지구를 빼면 모두 민간개발로 추진되고 있다. 이들 아파트 건설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2004년에는 총 4만여가구 13만7000여명이 입주하게 된다.

또 일산신도시 백석동 출판문화단지에는 요진건설이 3000여가구 1만여명이 입주할 고층 아파트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식사동과 일산동의 고양공단과 일산공단이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확정되면서 P건설업체가 20만평을 사들여 2만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개발이 무분별하게 가속화한 것은 고양시가 준농림지를 비롯해 각종 업무 또는 공단 용지를 주거 용지로 풀어주고 있기 때문.

시 관계자는 “당초 2011년까지 인구 100만명을 예상하고 도시계획을 준비했으나 4, 5년 내에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도로 상하수도 공원 등 도시계획을 모두 다시 짜야 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기본계획만 잡히고 세부 내용이 나오지 않아 현재로서는 도시 계획을 짜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게다가 고양 주변의 파주 남부지역에도 아파트 단지 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개발계획을 승인받은 금촌1, 2지구 30여만평에 1만여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또 개발계획을 신청한 파주 교하지구에도 67만평 규모에 2만여가구가 들어서는 등 10만명 정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통대란 우려▼

현재 고양시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길은 자유로 수색로 통일로 서오릉로 등 4곳뿐이다.

이들 도로는 이미 출퇴근 시간에 서울경계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등 포화 상태다. 매일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박병철씨(58·일산구 마두2동)는 “지금도 장항인터체인지를 거쳐 자유로로 들어가는데만 20∼30분씩 걸려 회사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린다”며 “이 상태에서 인구가 20만명 늘어나면 그야말로 교통지옥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양시의 대책은 빈약하기만 하다.

시 관계자는 “현재 이산포대교나 화정∼서울 은평구 신사동 도로, 가양대교∼증산동∼파주시 금촌지구 등을 연결하는 도로의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계획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서울로 가는 도로 개설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교통 전문가들은 이들 도로가 건설된다 해도 접속지점인 서울지역에서의 교통체증이 또다시 발생해 어차피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양시가 유일하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경의선 복선화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더라도 미래의 교통난을 해소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것.

환경 파괴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고양시민회 등 시민단체들은 풍동 택지지구 내 10만여평의 숲을 없애는 것에 대해 “고양시의 허파와 아파트 단지를 맞바꾸는 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에서 살기 좋은 곳 1, 2위로 꼽히는 고양시가 이같은 난개발 과정을 거칠 경우 용인처럼 최악의 주거 지역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