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제안 형식으로 제도개선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던 9급 공무원이 시장을 상대로 낸 창안상여금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주인공은 서울시 교통관리실에 근무하는 김정하(金正河·36·9급)씨. 김씨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은평수도사업소에서 일하던 97년 11월 ‘수도요금 납기개선안’이라는 아이디어를 자유제안 형식으로 서울시에 냈다.
김씨가 낸 개선안은 수도요금을 거둘 때 격월 검침 및 납부 체계를 바꿔 검침부터 납기까지 기간을 단축하자는 것. 매월 하순에 실시하던 수돗물 검침을 상순으로 바꾸면 수돗물을 사용한 달의 요금을 그 달에 징수할 수 있어 사용한 달과 요금을 내는 달이 다르기 때문에 빚어지는 민원도 줄어들고 예산도 절감된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김씨의 이런 제안을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김씨의 아이디어와 비슷한 제도를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지난해 2월 창안상여금을 지급해달라며 소송을 냈고, 2일 서울 행정법원에서 승소했다.
담당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이재홍·李在洪부장판사)는 “김씨의 제안은 수도 검침부터 납기까지의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제안’으로 연간 115억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가져온 점이 인정된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서울시는 관련 규정에 따라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상여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소송을 낸 지 10개월 만에 승소판결을 받은 김씨는 “행정기관이 공무원의 독창적인 제안을 격려하지는 못할 망정 도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 창안제도의 취지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판결에 승복할 경우 김씨는 공무원제안제도 보상규정 및 지방공무원 수당 규정 등에 따라 예산절감액의 10%인 11억5000만원 가량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그러나 이날 “김씨의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94년 시가 일정 기간 시행한 제도로 창안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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