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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슈퍼볼 정상 '딕 버메일' 세인트루이스감독 은퇴

입력 | 2000-02-02 23:39:00


미국프로풋볼리그(NFL)의 최고봉인 제34회 슈퍼볼 정상에 선 세인트루이스 램스의 딕 버메일감독(63). 그는 물러날 때를 아는 참 지도자였다.

버메일감독은 2일 “사랑하는 아내와 충분히 의견을 나눴고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 지금이야말로 은퇴할 적기라 생각했다. 정말 믿기 어려운 감정이 나를 휩싸고 있다”며 ‘눈물의 은퇴’를 선언했다.

97∼98시즌 900만달러(약 102억원)에 5년 계약을 한 그는 3시즌만에 세인트루이스를 정상에 올려놓고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것.

세인트루이스의 조지아 프론티에르 구단주와 존 쇼 단장 등은 “좀 더 팀을 이끌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지만 그의 마음을 바꿔놓지 못했다.

미국대학풋볼의 명문 UCLA감독으로 로즈볼 우승을 이끈 이후 76년 필라델피아 이글스 사령탑으로 프로 지도자로서의 발을 내디딘 버메일감독은 합숙훈련기간 통행금지를 실시하는 등 혹독한 연습으로 ‘독재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81년 슈퍼볼에서 패한 그는 82∼83시즌 은퇴, 방송해설자로 변신했고 15년간 방송해설자로 활약하다 97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세인트루이스로 연고지를 바꾼 램스의 감독으로 다시 필드로 복귀해 마침내 정상의 꿈을 이룬 것. 그리고는 명예로운 은퇴를 결심했다.

램스는 버메일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동안 97∼98시즌 5승11패, 98∼99시즌 4승12패로 부진했지만 99∼2000시즌에서 13승3패로 뛰어올랐고 마침내 슈퍼볼 정상까지 내달렸다.

어느 때는 ‘가혹한 독재자’로 때론 ‘다정한 할아버지’로 팀을 이끈 그를 보내는 선수들의 아쉬움도 컸다. 특히 라인백커인 런던 플레처는 “버메일감독에게 뭔가를 빚진 느낌”이라며 “그는 누구도 줄 수 없는 것을 내게 주었으며 그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