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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설/공연]악극 비내리는 고모령-아버님 전상서

입력 | 2000-02-03 10:35:00


대학로 연극이 유료관객 10명을 넘지 못하는 불황을 겪고 있는 것과는 달리, 50∼60대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악극’에는 평균 2000여명의 관객이 몰리며 그야말로 ‘만원사례(滿員謝禮)’를 빚고 있다.

6일까지 공연되는 SBS의 악극 ‘비내리는 고모령’(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설연휴 3시 6시반, 02-369-2913 )과 MBC의 악극 ‘아버님 전상서’(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설연휴 2시 6시, 02-368-1515)는 자식을 위해 ‘사랑과 희생’을 감수했던 어버이 세대의 아픔을 그린 작품. 두 작품의 중심점인 어머니 역의 김성녀와 심수봉이 눈물어린 연기와 노래대결을 펼쳐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번지없는 주막’(93년, 99년)에 이어 두 번째 악극 ‘비내리는 고모령’에 출연한 김성녀는 열일곱살 처녀부터 50대까지의 연기하는 비련의 여주인공 ‘순애’ 역을 맡았다. 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병창의 전수자이자 인간문화재 오정숙 박귀희로부터 판소리를 배운 김성녀는 지난해 마당놀이 ‘춘향전’에서 ‘이몽룡’ 역으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에서는 ‘월매’ 역으로 출연해 판소리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이번에는 흘러간 옛가요를 구성지게 부르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관객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거나 박수를 치면서 흘러간 가요를 따라 부르며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지요. 공연기간 중 저도 매일 울다보니 마음이 좀더 착하고 순수해진 느낌이 들어요.”

지난해 가수데뷔 20주년을 맞았던 심수봉은 ‘아버님 전상서’가 첫 연극무대다. 사형수 남편(이덕화)과 검사인 딸(오정해)이 겪는 격동의 세월을 지켜보는 어머니 ‘순덕’ 역. 심수봉은 설움을 가슴에 삭이는 표정연기와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특유의 애절한 창법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도 “연극도 연극이지만, 심수봉이 정말 노래를 잘하더라”는 것이 주된 반응.

심수봉은 “특별출연해 노래만 해달라고 해서 왔다가, 어머니 역의 출연제의를 받았다. 연기는 처음이라서 너무 떨린다”고 말한다.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