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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건강] 우리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세요

입력 | 2000-02-03 23:40:00


소아암 저소득 부모 모임 ‘새빛사랑회’ “우리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와 힘을 주세요” 일곱 살 한결이에겐 장난감 로봇과 곰 인형이 유일한 친구다. 유치원도 다니고 싶고 눈썰매도 타고 싶고 밖에 나가 놀고 싶기도 하지만 숨이 가쁘고 코피가 언제 터질지 몰라 나갈 수가 없다. 그런 한결이도 1주일에 한번은 엄마와 함께 외출을 한다. 서울 병원에 가는 것이다. 사실 검사도 힘들고 갈 때마다 1시간 넘게 가만히 누워서 받아야 하는 수혈도 답답해서 싫다. 하지만 한결인 결코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병원에서 만나왔던 형과 동생들이 간 하늘나라엔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제가 마흔이 훨씬 넘어 한결일 낳았어요. 너무나 바라던 아들인데다 그동안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잘 자라 줘 늘 감사하며 살았죠. 그런데 작년에 갑자기 피가 입에서 뿜어져 나와 아이 병을 앓게 됐어요. 당시엔 너무나 절망스러웠지만 지금은 오직 우리 한결이가 건강해지길 바랄 뿐입니다.” 경기도 안산엔 한결이와 같은 백혈병의 일종인 ‘재생불량성빈혈’ 자녀를 둔 부모들의 모임인 ‘새빛사랑회’가 있다. 병에 대한 정보도 교환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건 다른 부모 모임과 마찬가지나 모든 회원이 저소득층으로 어렵게 살다 보니 절박함이 더하다. 재생불량성빈혈의 유일한 치료법은 ‘골수이식’. 하지만 새빛사랑회 아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골수 기증자를 아직 못 찾은 상태다. 그렇다 보니 현재 가능한 조치로는 수혈이 전부다. 말 그대로 피가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매주 수혈을 받아야 살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시한폭탄을 달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코피가 난다거나 생리를 시작해도 응급조치를 안 받으면 지혈이 안돼 생명이 위험하거든요. 그렇다고 다른 소아암처럼 차선의 치료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골수 기증자가 나타나길 바랄 뿐이죠. 그것도 합병증 때문에 10년 이상은 기다리질 못해요.” 새빛사랑회 이재승 회장을 포함한 10여명의 부모는 생명이 조금씩 꺼져가는 아이들을 속수무책 바라보자니 속만 탄다. 그러면서도 수혈을 지체한다거나 고단백 식이요법을 게을리할 수는 없는 상황. 그랬다간 아이들과 영영 이별하는 순간이 다가오기 때문. 하지만 가까운 친척조차 ‘손을 벌릴까봐’ 외면하는 현실에서 아이들을 끝까지 돌볼 수 있을지 막막할 따름이다. “긴 병에 장사 없다는 말을 너무나 실감해요. 지금 회원들 모두가 아이들 투병생활 2~3년 만에 집을 다 잃었으니까요. 사실 심장병이나 백혈병을 앓는 어린이들의 경우 후원단체에서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소아암 환자 중에서도 소외되는 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입니다. 살 날이 더 많은 어린 생명을 포기하지 않도록 힘이 돼 주십시오.” 새빛사랑회에서는 헌혈증서 기증과 후원을 기다리고 있다(문의:0345-501-0900 이재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