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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건강/임산부와 아기를 배려하는 분만법]

입력 | 2000-02-03 23:40:00


무통분만의 대명사 ‘경막외 마취’ 하늘이 노래질 정도로 힘겹다는 출산 통증. 이 고통을 없애는 무통분만의 대표격이 ‘경막외 마취’다. 경막외 마취란 요추 사이의 경막에 마취제를 주사하여 통증을 못 느끼게 하는 것으로, 지각 신경은 마비되지만 운동신경은 그대로 남아 있어 자연분만이 가능한 출산법. 보통 자궁문이 4~5cm 정도 열렸을 때 마취를 시도하는데, 이보다 빨리할 경우 자궁수축이 억제돼 자궁문이 제대로 안 열리기 때문. 따라서 초기 진통은 일반 산모와 마찬가지로 다 겪게 된다. 경막외 마취의 최대 장점은 마취를 하면 근육이 이완되고 자궁경관이 부드러워져 평균 15~16시간 걸리는 초산의 경우도 7~8시간으로 단축된다는 것. 또한 과도한 통증으로 생길 수 있는 자궁혈류 감소나 자궁수축 이상을 예방하고, 산모의 과호흡으로 인한 태아의 저산소증 등도 막을 수 있다. 반면에 저혈압, 두통, 구토, 메스꺼움, 소변을 보기 힘든 소변저류, 경련, 요통 등의 후유증이 생길 수 있으며, 마취로 인해 산모가 진통을 못 느끼다보니 힘주기를 제대로 못해 의사와 간호사가 옆에서 전 과정을 코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경막외 마취분만은 마취과 전문의가 있는 종합병원이나 일부 규모가 큰 산부인과에서 가능하며, 비용은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므로 10만~15만원 정도 추가된다. ▶이런 산모에게 좋다 ●심장이 약하거나 폐에 이상이 있는 경우 ●고혈압이나 심장병, 당뇨병, 갑상선질환을 앓는 산모 ●임신중독증으로 태반의 기능이 떨어진 경우 ●출산이 한달 이상 앞당겨진 조산인 경우 ●산통이 심한 경우 ●쌍둥이 출산일 때 ▶이런 산모는 피한다 ●디스크, 교통사고로 허리 손상 등 척추에 이상이 있는 경우 ●혈액응고에 지장이 있는 경우 ●마취제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 ●주사 맞을 부위에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 ●신경계에 이상이 있는 경우 남편과 출산 고통 나누는 ‘라마즈 분만’ 경막외 마취가 무통이라면 라마즈 분만은 진통을 심리요법으로 최소화하는 감통분만법. 러시아의 민간 분만법에 기원을 둔 것으로 현재처럼 본격적인 분만법으로 모습을 갖춘 것은 프랑스 산부인과 의사인 페르낭 라마즈에 의해서다. 라마즈 분만의 핵심은 연상법과 이완법, 호흡법을 통해 진통의 강도를 줄이고 출산 진행을 빠르게 유도하는 것. 특히 출산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몸을 이완하고 정해진 호흡을 해야만 라마즈 분만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또한 라마즈 분만법의 특징은 남편이 분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부부가 함께 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과 유대관계가 깊어지며, 남편은 출산과정을 지켜보면서 아기 탄생의 색다른 감동을 느끼게 된다.강남 차병원 김수영 간호부장은 “요즘 출산 고통을 부부가 분담하기 위해 라마즈 교육을 받는 남편들이 늘고 있다”며 “남편이 분만과정을 같이 하는 산모들의 경우 출산 불안감이 크게 줄어 순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라마즈 강좌는 대부분이 임신 28~34주 사이의 산모를 대상으로 4~6주 동안 일주일에 1~2회 정도로 진행되며, 남편의 참여를 위해 평일 저녁 때나 토요일 오후시간에 주로 개설해놓고 있다. 비용은 무료에서 11만원 선까지 다양하다. ▶살짝 맛보는 실전 라마즈 분만법 ●연상법 : 연애시절 추억, 귀여운 아기 모습, 조용한 바닷가에서의 휴가 등 기분 좋아지는 생각을 하면서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라마즈식 연상법이다. 연상하는 동안 엔도르핀이 분비돼 진통을 줄일 수 있다. ●이완법 : 근육이 경직되면 자궁구가 열리는 것을 방해해 분만시간을 연장시킨다. 따라서 온몸의 힘을 빼는 이완법을 익혀, 근육을 풀어준다. ●호흡법 : 라마즈 분만법의 가장 주된 훈련법이 ‘호흡법’이다. 분만 중 불규칙해지는 호흡을 바로잡아 산모와 태아에게 산소공급을 원활히 해주며, 진통에만 쏠리던 신경을 호흡쪽으로 바꿔주는 효과가 있다. 가슴을 들썩이며 하는 흉식호흡을 기본으로 한다. ▶라마즈 교육 개설 병원 차병원(강남, 분당) 02-3468-3000 삼성서울병원 02-3410-2240 서울중앙병원 02-2224-3653 순천향병원 02-709-9320 서울대병원 02-760-2643 강남성모병원 02-590-1485 이대목동병원 02-650-5239 인천길병원 032-460-3711 -앉은 자세로 아이 낳는 초통분만법 ‘소프롤로지’ 소프롤로지(Sopfrology) 분만이란 정신과 육체 훈련을 통해 마음과 신체를 안정시켜 산통을 극복하는 일종의 초통(超痛)분만법.60년대 스페인의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서양의 근육이완법과 동양의 선·요가를 응용해 고안한 명상법을 76년 프랑스 산부인과 의사인 장 크레프가 분만에 처음 적용, 현재는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널리 호응받고 있다. 소프롤로지 분만 훈련은 연상훈련, 산전 체조, 복식 호홉으로 이루어진다. 연상훈련은 잠들기 바로 직전 상태로 의식을 가라앉혀 분만시 일어날 일을 떠올리는 방법. 산모에게 진통이 일어나기 시작할 때, 병원 진통실, 분만실에서의 능숙한 출산, 태아의 얼굴 등을 마음 편한 상태에서 미리 떠올리도록 해 출산을 적극적으로 맞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산전체조는 요가 동작에서 따온 것으로 의식을 명상 상태로 낮춘 상태에서 근육을 마음대로 긴장시키고 이완시키도록 도와주며, 복식호홉을 통해 분만시 태아에게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고 자궁의 활동을 촉진하게 된다. 이러한 연습과정을 습득한 산모가 실제 분만에 들어가면 분만대기실에서 자궁 입구가 8~10cm 정도 열릴 때까지 책상다리로 앉아 명상을 하다가 분만실로 들어가선 30도쯤 일으킨 반좌식 자세로 아이를 출산하게 되는 것. 특히 소프롤로지 분만 산모는 산도가 충분히 이완되기 때문에 회음부 열상이나 출혈이 적고 산모에 따라선 회음 절개를 하지 않아도 원만히 분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라마즈 분만법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훈련을 잘 받았다 해도 분만 당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수행하는 게 성공 관건. 소프롤로지 분만은 현재 삼성제일병원에서만 가능하다. 임신 7, 8개월 산모를 대상으로 4주에 걸쳐 매주 화요일 2시간씩 총 8시간 동안 실시되며, 비용은 7만원. 문의 02-2000-7324 -모성애로 분만 고통 줄이는 ‘기체조’ 기체조란 체조 동작과 호흡법, 명상을 연습해 산통을 줄이는 분만법. 호흡과 이완법은 라마즈나 소프롤로지 분만법과 같은 원리이나 연상법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다른 분만법이 기분좋은 추억이나 상상력으로 통증에 대처하는 것과 달리 기체조는 모성애를 통해 통증과 맞선다. 출산시 아기의 통증은 엄마의 10배 가량 된다고 한다. 자신의 통증에 집착해 고통스러워하기보다 아기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호흡’을 하고 아기가 힘겨운 분만과정을 빨리 끝내고 나올 수 있도록 아기를 먼저 생각하고 사랑하는 분만을 유도한다. 또한 기체조는 산모의 심신수련을 중요시 여기므로 태교에도 좋고, 임산부에게 흔한 요통이나 부종 등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내일여성센터 ‘임산부 기체조교실’ 김복남 운영팀장은 “기체조교실에선 분만을 엄마가 아닌 아기 입장에서 생각, 생명탄생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과정으로 진행시키고 있다”며 “더불어 산모들이 원할 경우 아기를 무 뽑듯 하는 분만실이 아닌 아기와 산모를 최대한 인격적으로 배려하는 병원도 함께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체조는 보통 태아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배가 불러오는 16주부터 실시해 3개월 이상 배우는 것이 좋다. 그러나 출산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도 늦은 것은 아니다.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데 다소 무리가 있지만 분만을 준비하는 데는 도움이 되기 때문. 내일여성센터 임신부 기체조교실(02-338-2845)은 주 3~4회, 1일 1시간씩 강습을 실시하고 있으며, 월 1회 이상 부부교실을 열어 분만시 남편이 도울 일, 태교·육아에서의 아빠 역할 등을 지도한다. 또한 경방필 백화점, 롯데백화점 관악점·일산점·분당점, 삼성플라자 분당점, LG백화점 구리점·부천점, 동수원 갤러리아 백화점 등의 문화교실에서도 출장강의가 진행중이다. 비용은 6만원. -물속에서 쪼그리고 아이 낳는 ‘수중분만’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가 물속에서 아기를 낳은 뒤, 관심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 수중분만. 수중분만은 ‘누운 자세’가 아닌 ‘앉는 자세’ 분만법으로, 중력을 이용해 골반이 가장 잘 벌어지며 힘을 주기도 쉬운 분만자세다. 실제로 과거에 여성들이 쪼그리고 앉아 ‘밭을 매다가’ 혹은 ‘뒷간’에서 애를 많이 낳았던 것도 이 때문. 수중분만은 60년대 러시아의 한 산부인과 의사에 의해 처음 시도, 92년 세계모성태아의학회에서 분만법의 하나로 인정된 뒤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다. 특히 영국은 29개 국립병원에서 수중분만을 한다. 좌식분만 중에서도 수중분만은 산모나 신생아에게 장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산모의 경우 물속에선 부력 때문에 쪼그린 자세를 취하기 쉽다. 또 자궁입구가 두배 정도 빨리 이완되며 탄성이 증가해 대부분 회음부를 절개하지 않아도 되고, 물 자체가 갖는 진통억제효과로 인해 통증도 덜 느낀다. 게다가 남편이 물속에 함께 들어가 출산과정을 같이하기 때문에 안정감도 크다. 아기의 입장에서도 수중분만은 양수와 똑같은 따뜻한 물로의 이동이기 때문에 환경변화에 대한 충격이 적다. 따라서 수중분만으로 태어나는 아기는 대부분 눈을 뜬 상태로 사방을 둘러보고 편안하게 사지를 움직인다. 빛과 소리에 대한 자극도 일반 분만시보다 훨씬 적고 엄마와의 피부접촉도 물 때문에 더 부드럽게 느낀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수중분만을 대중화하고 있는 은혜산부인과 장부용 원장은 “지금까지 9명이 수중분만을 했는데 대부분 통증을 덜 느끼는 상태에서 순산을 했을 뿐만 아니라 수중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는 대체로 환경변화에 따른 충격이 적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탓인지 순한 편”이라며 “하지만 수중분만시 유럽 여성들은 회음부 파열이 적은 반면 우리 임산부들은 신체구조가 다르기 때문인지 대부분 약간의 회음부 열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에선 수중분만의 단점으로 태아감염을 지적한다. 출산과정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신생아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 특히 미국에서 간간이 태아감염이 보고되고 있는데, 수중분만이 활발한 유럽의 병원에선 이를 철저한 대비로 막을 수 있고,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중분만이 일반에 소개되면서 국내 여러병원이 수중분만을 계획하고는 있으나, 현재 시설을 갖추고 시행중인 곳은 서울 불광동의 은혜산부인과 한 곳뿐이다. 건강한 산모면 누구나 수중분만 신청이 가능하며, 남편도 분만 전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비용은 자연분만비에 10만원 가량 추가한 정도. -아기를 먼저 생각하는 출산법 ‘르봐이예 분만’ 앞서간다는 분만법들조차도 산모의 고통은 동정하고 공감해 왔지만 태아나는 아기의 고통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게 사실. 이에 반해 르봐이예 분만법은 태아나는 아기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이해하는 분만법이다. 창시자인 프랑스의 프레드릭 르봐이예 박사는 9천명 가까운 신생아를 받는 동안,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공포에 질려서 울부짖는 모습에서 뭔가 잘못이 있음을 감지, 연구를 거듭한 결과 르봐이예 분만법을 창안하게 된 것. 르봐이예 분만법의 기초는 이렇다. 아기는 엄마 뱃속과 비슷한 환경인 약간 어둡고 따뜻한 방에서 아주 조용히 친절하게 받아야 하며, 탯줄을 즉시 자르지 말고 아기의 안정을 위해 엄마 배 위에 5, 6분 정도 엎어 두었다가 탯줄의 박동이 그친 뒤에 잘라야 한다는 것. 이렇게 받아낸 아기는 울지도 않을 뿐더러 이내 눈을 뜨고 주변을 살피며 적응하기 시작하고 평온한 숨소리와 표정으로 잠들게 된다. 사실 국내 대부분의 분만실은 아기들에겐 폭력장이나 다름없다. 밝은 조명, 여기저기서 ‘힘줘, 힘줘’하며 내뱉는 큰소리들, 또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탯줄을 잘라 겪게 되는 호흡곤란, 거꾸로 들어 엉덩이를 때리는 순간 갑자기 목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 등 이 모든 것이 아기들에겐 두려움이고 폭력인 것. 현재 르봐이예식 분만법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임산부 전용 도서관 ‘토끼와 여우’ 장은주 실장은 “대부분의 산모들이 아기는 태어나면서 울어야 정상인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아기들 입장을 고려한 분만실에서 태어난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방실방실 웃을 뿐만 아니라 눈을 뜨고 이곳저곳을 살피는 안정감을 보인다”고 말했다. ‘토끼와 여우(02-544-6762)’의 르봐이예 분만법 강좌를 보면 우선 산모들에게 분만과정을 비디오나 강의를 통해 철저히 이해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 과정속에서 태교도 자연스럽게 이끌고, 임신 후기에 접어들면 산모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임산부체조도 훈련시킨다. 교육비는 월 5만원. 토끼와 여우에서 르봐이예 분만법 강좌를 들은 산모에 한해 경기도 일산의 동원산부인과(0344-921-1515)에서 르봐이예식 분만을 할 수 있다. ▶아기를 위한 르봐이예식 분만 조건 6가지 1. 산모가 평소에 즐겨 듣던 음악을 분만실에 틀어 놓는다. 2. 분만실 조명은 최대한 어둡게 한다. 3. 조용히 한다. 4. 산모는 분만 직전까지 산통을 움직이면서 이겨낸다. 5. 아기가 태어나면 잠시나마 탯줄을 자르지 않은 상태에서 엄마 품에 안겨준다. 6. 겸자나 흡입기는 절대 사용을 금한다. -분만 보조자가 함께 하는 ‘듀라 분만’ 분만 전부터 분만이 끝날 때까지 곁에 ‘듀라’라는 분만 보조자가 산통 주기에 맞춰 효과적인 힘주기에 대한 여러 가지 조언도 해주고, 통증시 전신 마사지 등을 해줌으로써 고통을 덜어주는 분만법. 강남 차병원의 경우 간호대학 실습생들이 일정 교육을 받고 산모 곁에 붙어 ‘듀라’ 역할을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