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일본인 2002명의 얼굴을 석고와 종이로 본 떠 2002 월드컵 경기장 인근에 설치한다.’
재일교포 조형작가 김명희(51)가 추진하고 있는 ‘한일 라이프 마스크 2002’ 전의 내용이다. 75년 일본에 건너가 활동중인 김명희는 종이를 이용해 사람의 얼굴을 본 떠 마스크를 만든 뒤 이를 벽면에 걸거나 다양하게 배치하는 등의 작품을 발표해 온 작가.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양국이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을 만들고자합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국적을 떠나 다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한 장소에서 얼굴을 맞대며 인류애를 나누는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인의 얼굴은 전통 한지로 일본인 얼굴은 전통 일본종이로 표현할 계획이다. 김씨는 현재 일본 교토에서 70여명의 얼굴을 종이마스크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본인의 얼굴과 딸의 얼굴, 그리고 이웃 주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앞으로 2002년까지 일본 전역을 돌며 1001명의 얼굴을 종이마스크로 만들 계획이다. 교토주민의 얼굴을 담아 현지에서 전시를 열고 도쿄주민의 얼굴을 담아 그곳에서 전시를 여는 방식으로 작업 과정을 중간중간 공개한다. 각지에서 동시에 작업을 진행할 경우 모자라는 일손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먼저 석고로 얼굴 모양을 만든 뒤 다시 석고위에 종이반죽을 씌워 마스크를 떠냅니다. 석고상은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종이 마스크는 제가 모아두겠습니다. 2002년 월드컵 경기장 인근에 전시장소가 마련되면 그곳에 종이 마스크를 전시하겠습니다.”
김씨는 주민들에게 본인의 얼굴을 나타낸 석고상을 보관하도록 부탁한 뒤 2002년 전시장에 석고상을 들고 함께 모이도록 초청할 계획이다.
김씨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내한해 경기 부천시청 공무원과 인근 어린이들의 얼굴을 마스크로 만든 뒤 돌아갔다. 국내에서는 도예가 김용문씨가 이번 프로젝트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0339-374-1336.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