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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Health]'幹세포조작' 생명한계 넘을까?

입력 | 2000-02-06 20:24:00


밤새 길을 달려온 배달트럭 한 대가 거의 매일 오전 매사추세츠주 워세스터의 경사진 거리를 달린다. 바이오테크 스리(Biotech Three)라는 건물 앞에 이 트럭이 멈추면 배달원들이 차에서 내려 커다란 회색 상자를 꺼내 들고 건물 안에 있는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러지(Advanced Cell Technology)사 앞에 갖다 놓는다. 이 상자에는 아이오와에서 도살된 암소에서 채취한 난자가 들어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암소의 난자에서 DNA를 모두 제거한 다음 인간의 세포를 주입해 난자가 마치 수정이 된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별로 유명하지도 않고 직원도 몇 명 없는 이 회사가 윤리적 논쟁에 불을 지필 것이 분명한 이런 실험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회사의 마이클 웨스트 사장은 “모든 세포들의 어머니, 즉 배(胚)의 간(幹)세포를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배의 간세포는 배의 발달과정 초기에 잠깐 존재하는 세포로서 신비스러울 정도로 막강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이 단 한 개의 세포가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어떤 세포, 어떤 조직, 어떤 장기로도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어떤 생화학적 처리를 했는가에 따라 이 세포는 심장발작으로 손상된 조직을 대체할 수 있는 심장 근육이 될 수도 있고, 뇌세포가 되어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간세포는 이처럼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윤리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현재의 기술로는 인간의 간세포를 얻기 위해 반드시 인간의 배를 파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의회는 연방정부가 인간의 간세포에 대한 연구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정부 연구소에 근무하는 많은 과학자들은 질병 치료를 위해 인간의 간세포를 연구하는 경우 직장을 잃게 될 입장에 처해 있다.

이처럼 정부 연구소들이 간세포 연구를 할 수 없게 됨이에 따라 현재 간세포 연구는 민간 부문에서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민간 부문의 간세포 연구에서도 특히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 제론(Geron)과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러지, 두 회사이다.

많은 학자들은 간세포를 우리가 원하는 대로 조작해서 간이나 신장 같은 장기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개발되려면 앞으로 10년 이상의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만약 이 기술이 2011년경에 실용화된다면 이 기술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질병치료에 이용될 수 있을까. 우선 첫 단계는 여분의 장기를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서 생체조직을 떼어내 유전자 복제를 통해 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배가 만들어진 지 약 1주일만에 간세포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간세포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모든 장기와 조직들은 거부반응이라는 장벽을 간단히 통과해서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간세포를 이용해서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질병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다. 또 간세포를 이용해서 만들어낸 인체조직의 세포들을 젊게 유지할 수 있는 효소처리법이 개발되면 단순히 병에 걸린 장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로 늙지 않는 장기와 조직을 얻을 수도 있다.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러지의 사장이며 제론의 창업자인 마이클 웨스트는 간세포에 내포된 가능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소의 난자에 인간의 DNA를 옮기는 실험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는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러지의 연구 담당 부사장인 호세 시벨리 등과 함께 ‘자연 의학’이라는 학술지 최근호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가 도덕적인 선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죽을지도 모르는 살아있는 영혼과 인간의 배에 똑같은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가”라고 썼다.

그러나 제론사의 생명윤리 자문위원회 의장인 카렌 데바크는 “만약 우리가 간세포를 성공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사람들이 지금처럼 질병 등으로 인해 죽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명이 연장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녀는 만약 사람들이 잘 죽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지구의 자원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낭비하고, 개발도상국들에 훨씬 더 많은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저명한 세포 생물학자인 레오나드 헤이플릭(71)도 간세포를 이용해서 젊음을 유지하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리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선 선진국의 부유한 사람들만이 간세포를 이용한 약품과 노화를 방지하는 효소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는 또한 만약 우리가 간세포를 이용해서 우리 뇌를 다시 젊어지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아의식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가 뇌를 포함한 신체의 모든 부분을 새것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릴 것”이라면서 “우리가 지금의 우리인 것은 뇌 속에 기억이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130mag-hall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