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연씨(36·여·명진출판 대표)는 89년 소개로 만난 남자(현재의 남편 한상만씨)와의 결혼을 한달만에 결정했다.
프로포즈 때문이었다. 남편은 “네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뒷바라지를 다 해줄께”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너를 행복하게 해줄께”가 일반적인 ‘대사’였다. 그때까지 안씨는 자신이 결혼에 부적합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결혼으로 얻을 것과 잃을 것에 대해 나름대로 ‘주판알’을 튕겨본 결과 한국사회에선 결혼하면 여자가 손해라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남편의 공약은 안씨의 결심을 한번에 뒤엎었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역시 기대와는 달랐다. 남편도 역시 ‘한국남자’였다. 안씨의 기대수준에 남편을 맞추는 데 걸린 시간은 3년. 보류해놨던 2세의 문제를 결론지어야할 시점이었다.
“막 궤도에 오른 사업을 접는다는 건 제 인생을 접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걸 남편도 알고 있었죠. 게다가 육아란 저와 남편의 일인데 그걸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구요.”
결국 아기를 갖지 않는 맞벌이부부인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의 길을 선택했다. 물론 주위의 압력이 만만찮았다. 남편이 맏아들이라 시댁에선 “늙으면 후회할 것”이라고 했고 남들은 “애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이 뭘 알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럴 땐 ‘기회비용’으로 얻은 것들을 떠올렸다. 김지룡의 ‘나는 솔직하게 살고 싶다’, 이주향의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한젬마의 ‘그림읽어주는 여자’ 등 베스트셀러를 내며 명진출판을 연간 최대매출 30억원의 출판사로 키워놓았지 않은가.
5년 전 꼭 한번 심하게 흔들린 적이 있었다. 여고 문학동아리 선배가 출산한 뒤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매일 전화해 아이가 주는 기쁨에 대해 역설했다. 그러나 일과 육아에 치인 선배는 3년만에 모든 게 ‘선택’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예전엔 결혼도 필수였잖아요. 이젠 선택이 됐죠. 출산도 기회비용을 꼼꼼히 따져보며 결정해야할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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