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출범 전 1981년 대통령이 정부측과 구단측에 지시한 내용 중엔 이런 게 있다. ▷관계부처는 프로야구를 적극 지원하라 ▷각 구단이 흑자가 날 때까지 면세조치를 하라 ▷병역도 면제는 불가하지만 방위병근무를 비 시즌에 분할해서 하는 방법을 연구하라 ▷스타를 만들고, 운동선수도 부자가 되어야 한다 등등.
프로야구계가 선수협의회 문제로 어수선한 때 행여 한국야구위원회(KBO)나 선수들에게 참고라도 되지 않을까 해서 옛 이야기를 꺼냈다. KBO가 선수단체의 구성은 인정하겠으나 선수협은 불법모임이기 때문에 대화할 수 없다는 주장이나, 선수협이 팬의 지지서명운동과 함께 실체 인정 및 참가활동 감액 등에 대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는 여전히 압박과 대항의 자세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새벽 선수협의 창립이후 언론과 인터넷 등에는 이와 관련한 비판과 해결방안 등이 잇따랐다. 비판은 사실상 구단의 의사결정기관인 KBO가 선수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막을 수 있는가 라는 것과 선수협은 시기 상조라는 것으로 나뉘었고, KBO를 겨냥한 게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딱히 타개책이 나오지 않는 것은 KBO와 선수협 및 비판자의 현실 인식이 조금씩 다른 까닭일 듯 싶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함정을 안고 있다는 말이다.
KBO나 구단은 선수협에 가입한 선수를 빼고라도 올 시즌을 치를 수 있고 만일 선수협이 여러 문제를 법정으로 비화시키고 설령 불리한 판결을 받는다 해도 판결과는 별도로 불편한 선수들과는 계약을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할 법하다. 그러나 결국 무슨 실익이 있겠는가. 반면 선수협 선수들도 현실적 약자란 점을 과소 평가하는 듯 싶다. 야구를 그만 둘 각오가 돼 있다지만 구단과 계약하지 않거나 계약이 해지되면 선수협 회원도 안될 것 아닌가. 비판자들도 선수들은 자유직업소득의 사업자로서 계약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젠 감정적 보다는 현실적으로 대처할 시점이다. KBO가 선수들이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선수단체의 창립을 공증 등의 방법으로 보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선수협으로서는 타협키 어려운 일이겠지만 차선책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계약서나 규약, 참여활동 보수의 규정 등 법의 해석이 필요한 문제는 선수단체나 KBO의 소송대리인으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처리토록 하고 구단과 선수들은 일단 시즌에 대비하는 것이다.
프로야구 출범이래 KBO, 야구단, 선수 등 프로야구 종사자들은 굳이 따지자면 혜택을 받은 쪽이다. 서로 탓만 해서야 되겠는가.
윤득헌dh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