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둘째 딸아, 정말 미안하구나. 수능시험 발표가 있던 날 엄마는 너무나 후회스럽고 안타까워 네 앞에서 그만 울어버렸단다. 나보다 더 속상했을 네 앞에서 눈물을 쏟자 너는 어쩔줄 몰라했지. 까탈스럽고 고집센 언니와 달리 성격도 무던하고 엄마말도 잘 듣는 너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는 생각에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최영자)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입니다. 고3때 엄마는 학력고사를 한달인가 남겨놓은 11월부터 저만을 위해 매일 찹쌀로 밥을 해주셨어요. 대학에 꼭 합격하라는 뜻과 소화가 잘된다는 이유로. 그때는 단한번도 엄마가 왜 나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셔야 할까 생각해본 적 없어요. 미안하다는 생각도. 엄마니까 당연하다는 거였어요.…이담에 나도 내 딸에게 엄마만큼 베풀수 있을까요.
(이미연)
△두 아이의 엄마로 서른 살에 대학원공부를 시작한 나는 동동거리고 뛰어다녀야 했다. 그런 딸을 도와주려고 친정엄마가 ‘사위집’에 들어와 사신지 2, 3년 후면 벌써 20년이 된다. 살림을 맡고 아이들 키워준 것은 물론 내 책가방을 “버스 정류장까지 들어다주마”하며 일흔 넘은 엄마가 따라 나서곤 했다. 그 무조건의 사랑이 내가 어렵고 힘들 때마다 버팀목이 됐으련만, 박사논문 쓰랴 두 아이 대학입시 치르랴 허둥대던 시절 나는 식탁 위 수저와 젓가락이 제짝이 아닌 채 놓이거나 냉장고 속 반찬 통 뚜껑들이 다른 것으로 바뀌어 덮여있으면 엄마에게 짜증을 내곤 했다.
(강득희)
※다음주 주제는 ‘엄마도 여자야’입니다. 세대를 초월해 딸에게 ‘나도 여자임’을 얘기하고 싶은 엄마, 엄마로부터 ‘엄마도 여자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던 딸들의 참여(E메일 kjk9@donga.com)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