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국방부의 병무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합동수사는 새 정부 들어 98년과 99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특히 이번 수사는 시기적으로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란 점에서 수사의 진행 방향과 그 파장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수사는 이전의 병무비리 수사와는 큰 차이가 있다. 과거 두 차례의 수사에서 검찰은 1차 조사를 맡은 군 검찰에서 ‘걸러진’ 사실관계를 기초로 수사를 보완하고 법률적 판단을 내리는 제한된 역할만 했다.
이에 따라 당시 수사는 일정한 한계가 불가피했다. 군의 문제를 군 스스로 떠맡아 근본적 수술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수사는 병역비리 의혹의 핵심이었던 사회지도층 인사가 거의 포함되지 않았고 군의관 등 군 내부 인사들만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한계를 드러냈다.
검찰은 이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수사의 주도권을 쥐고 직접 수사를 이끌겠다는 강한 의지를 비치고 있다.
수사 장소도 과거 두 차례의 수사가 국방부 내에서 이뤄졌던 것과는 달리 검찰청사로 정했다. 수사팀장도 외형상 ‘공동 팀장’으로 하고 있지만 검찰이 브리핑을 책임지는 등 ‘실권’을 쥐고 있다.
수사대상과 범위에도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각오. 과거의 수사는 주로 위관(尉官)급 군의관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들과 ‘거래’해온 자영업자 등이 주로 걸려들었다. 따라서 그 이상의 ‘군 고위층’과 ‘고공 플레이’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치인 등 지도층 인사는 빠졌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군 병원의 고위관계자들까지 모두 수사대상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의지를 보임에 따라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정치인 등 내로라 하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법망에 걸려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무엇보다 수사의 ‘순수성’에 대해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민주당 창당기념식에서 병역비리 척결을 선언한 직후 검찰이 전례 없이 강한 수사의지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
수사대상 정치인중에 야당측 인사들이 많다는 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또 총선을 두달 남짓 앞둔 시점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것도 ‘표적사정’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듯 수사기간을 6개월로 길게 잡았다. 또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도 “총선을 의식하지 말고 수사하라”고 수사팀에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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