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농어촌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유치원 학비를 지원하는 사업이 실시됐다. 아동복지와 유치원 공교육화 측면에서도 뜻깊고 어려운 농어촌 현실을 감안할 때 크게 환영할 만한 사업이다.
그러나 지원이 절실한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아닌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금액이 지원되고 있다. 내가 일하는 지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립유치원은 1인당 월 1만700원, 사립유치원은 8만1000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지원사업이 수업료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 읍의 공립유치원은 월 수업료가 1만700원, 월 급식비는 2만5000원 정도로 한달 교육비가 총 3만5700원 가량 된다. 따라서 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지원 대상 어린이는 1만700원 수업료를 지원받더라도 2만5000원 급식비를 내야 한다. 이에 비해 인근 사립유치원은 월 수업료가 8만1000원이고 한달 총 교육비는 9만원이다. 따라서 이곳의 지원대상 어린이들은 월 9000원을 낸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의 수업료는 순수수업료가 아니라 기타 운영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누구를 저소득층으로 볼 것인가 하는 기준도 문제다. 현재는 의료보험료 월 3만원 이하 납부가정을 대상으로 한다. 농어촌에는 농지가 있고 식구가 많아 3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내는 가정이 많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읍 지역 아파트 주민 중에는 3만원 이하를 납부하는 핵가족 가정이 많다.
벽지 초등학생에게는 급식이 무상 공급되는 반면 유치원은 의무교육이 아니라는 이유로 월 2만5000원에서 3만원의 급식비를 내야 한다. 한달 교육비가 9만원인 사립유치원에 다닐 수 있는 형편의 어린이와 2만5000원의 급식비도 내기 어려운 벽지 어린이 중 누구를 저소득층 자녀로 보아야 할것인가? 하루 빨리 이런 잘못이 시정돼 농어촌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정책을 펴주기 바란다.
손금옥(충남 홍성군 홍성초등교 병설유치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