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등 이른바 지도층 인사들의 병무비리에 대한 수사가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발표다.이를 위해 검찰과 군(軍)검찰부는 합동수사반을 편성했다고 한다.수사대상으로 떠오른 지도층 인사는 정치인을 비롯,재계 연예계 체육계 인사 등 모두 119명에 이른다.그중에는 특히 전현직 정치인 54명이 들어있고 현역 정치인만도 그동안 알려진 21명보다 많다는 보도다.과거 어느 병무비리 수사때보다도 큰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정치인은 누구보다도 준법 측면에서 국민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자가당착이 아니겠는가.그런 점에서 불법적으로 병역을 기피시킨 정치인들의 비리는 더욱 엄격하게 추궁돼야 마땅하다.정치인이라고 해서,또한 총선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어떤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특히 병무비리에 연루된 정치인 대부분이 야당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정쟁을 우려해 수사를 미루거나 덮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병무비리 척결의 당위성은 어떤 경우에도 희석돼선 안된다.
다만 한편으로 우리는 병무비리 본격수사에 이르게 된 저간의 경위와 시점에 유의하고 있다. 벌써부터 한나라당은 이번 수사를 여당의 총선승리를 겨냥한 야당 죽이기 라고 규정해 놓고 있다. 이런 야당 주장에 전적으로 손을 들어줄만한 근거는 없어 보인다.그러나 김대중 (金大中)대통령이 민주당 창당대회에서 병무비리 척결을 강조하고 수사를 직접 지시한 것이라든가,한 시민단체가 관련자료를 입수하게된 과정과 그것을 수사기관이 아닌 청와대에 제출한 이유,수사당국이 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에야 본격수사 를 선언한 점 등은 개운치 않다.그런 상태에서 시작되는 수사이기에 우려가 없을 수 없다.
따라서 합동수사반은 원칙에서 탈선 하지 않는,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수사로 야당과 항간의 의구심을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의 시험대라는 각오로 더욱 몸가짐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만의 하나라도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거나 보복 또는 표적 편파수사를 한다면 검찰의 자살행위 나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또한 나중에 여당의 총선승리를 위한 음모적 수사 로 밝혀진다면 현 정권에도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다.
아울러 병무비리 관련 정치인은 검찰에 소환돼 정식 조사를 받기 전이라도 스스로 총선출마를 포기하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