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영화배우 임창정(27)의 코드는 '촌티'가 풍기는 솔직함과 편안함이다.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냉정한 연예계에서 그의 무기는 역설적이게도 ‘촌티’다. 방송가에서도 “무엇보다 늘 수더분하고 웃는 게 임창정의 가장 큰 장점이자 재산”이라고 평한다.
6일 발매된 6집 ‘화이트’ 역시 ‘촌티’를 벗지 않았다. 타이틀 곡인 발라드 ‘나의 연인’은 소절을 바꿀 때 거친 숨소리가 들리고, 고음도 매끄럽지 않다.
그는 6집까지 발표한 60여곡 중 발라드가 40여곡이다. 그만큼 발라드 위주의 가수다. 그런데도 신승훈 조관우 조성모 등 발라드 스타의 가창력과 비교하면 결코 낫다고 말할 수 없다. 스스로도 자신의 가창력에 대해 “중간쯤”이라고 평한다. 그러나 임창정의 매력은 ‘촌티’를 숨기지 않는데 있다. 그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팬들이 판단할 뿐”이라고 말한다.
꾸밈새가 많아 진짜를 가려내기 어려운 가요계에서 그런 솔직함이 발표 음반마다 50만 팬들을 끌어모으는 견인차가 됐다. 그는 97년 3집 ‘그때 또 다시’ 이후 5집까지 계속 5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했다.
‘비트’ ‘행복한 장의사’ 등 영화를 통해 연기력도 인정받았지만 8년에 가까운 무명시절 동안 그는 “사람 냄새 짙은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자”고 스스로 다짐해왔다. 그는 “어쩌면 영화 ‘매트릭스’ 처럼 컴퓨터가 세상을 구성하는 21세기에 인간들은 오히려 촌스러운 살 내음을 간절히 원할 것”이라고 말한다.
음반을 내면서 고민도 적지 않았다. TV와 영화, 노래 등 ‘멀티 플레이’로 인기 상승 효과도 톡톡히 보고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이제는 자기관리에 ‘경보등’이 켜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 촬영하고 녹음하고 TV출연하면 금세 1년이 지난다”면서 가수보다 영화배우에 더 큰 관심을 표시했다.
임창정은 호주에서 탤런트 이나영과 함께 찍은 뮤직비디오와 15일 KBS 2 ‘뮤직뱅크’ 출연으로 본격적인 6집 인기몰이에 나선다. 이번 음반도 50만장을 넘길 것인지, 또 앞으로 가수 활동에 대해 어떤 ‘선언’을 할 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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