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조치는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해 초부터 굳건히 지켜온 저금리 기조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철환(全哲煥)한은총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벌어져있는 장단기 금리 차를 적정치인 3%포인트 선으로 좁히기 위한 조치일 뿐 지금 당장 긴축기조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한은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팽창일변도였던 통화운용 여건이 앞으로는 한결 빡빡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재정경제부 등 정부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기금리를 올린 가장 큰 이유는 장단기 금리 차가 5%포인트 이상 벌어진 현상이 대우사태 이후 반년 넘게 지속되면서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가 극심해졌기 때문. 단기금리를 붙잡아둔 상황에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장기금리가 치솟자 시중자금이 금융권 주변만을 맴돌아 돈은 넘쳐도 정작 이 돈이 기업 등 실물부문으로 흘러가지 못하는 부작용이 빚어졌다.
대우채 환매가 무난히 처리되는 등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을 되찾은 것도 금통위의 금리인상 결정에 힘을 실어준 요인.
한은은 이번 인상엔 물가상승 부문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경제성장세가 계속되고 물가가 불안한 조짐을 보일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상반기중 추가인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작년말을 고비로 경기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늦춰질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해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를 접지 않았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수석연구원은 “대우채 환매가 일단락되는 시점에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인상 결정을 내린 것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두루 감안한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시장에서는 통화당국이 인플레에 대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측이 ‘콜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뒤 불과 4일 만에 금통위가 이 방침을 정면으로 뒤집어 결과적으로 당국이 시장의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
▼콜금리▼
금융기관의 초단기 자금거래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단기금리로 만기 하루짜리1일물이 주종을 이룬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을 상대로 환매조건부 국공채(RP)를 사고 팔 때 적용하는 금리를 조정해 콜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상 콜금리가 오르면 단기시장금리→장기시장금리→예금 및 대출금리의 경로를 통해 이자율이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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