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작가가 종군기자 출신답게 전쟁의 참혹함과 전쟁터에서 군인의 갈등 등을 생생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이 소설은 공화파에 속해 있는 유격대가 산속의 다리를 폭파하는 단 몇일 간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다리 폭파 후 퇴각하던 주인공은 파시스트 군대의 폭탄에 맞아 부상을 입는다.
영국사람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미국의 대학생인 로베르트 조던은 정의감 때문에 남의 나라 내전에 참가하여 노련하게 싸운다. 그러나 소설의 마지막을 감명깊게 장식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소망 탓에 주인공의 부상 종류와 정도가 잘못 설정된 것 같다.
엉덩이뼈의 복합골절이란 뼈가 두 동강 이상이 난 것을 의미한다. 사고에 의한 골절이 위험한 것은 뼈 바로 옆에 동맥과 신경이 나란히 지나가기 때문이다. 작품에서처럼 ‘손으로 만져보니 피부 밑으로 뼈가 날카롭게 뻗쳐나온 것’을 알 정도라면 동맥손상과 신경손상이 있다는 뜻이다. 동맥손상이란 단시간 내 다량의 출혈이 있다는 뜻이고 신경손상이란 정신을 잃을 정도의 통증이 있다는 얘기다.
조던은 ‘부러진 왼쪽다리를 두 팔로 얼싸안고 뒹굴면서 부러진 뼈를 정상으로 맞추었다’는데 이 또한 인체해부구조에 정통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설사 안다 해도 출혈과 통증으로 인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사고로 팔 다리가 부러지면 부러진 뼈의 끝이 날카로워서 움직일수록 주위조직을 손상시킨다. 따라서 버팀목으로 골절된 팔 다리를 고정해야 한다.
동맥 출혈은 다량 출혈을 일으키므로 순식간에 의식을 혼미하게 할 수 있다. 골절부위 윗쪽에 압박붕대로 묶은 후 가급적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한다.
김형규교수(고려대 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