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구속 피고인과 기소 전 피의자들에게 국선변호인이 선임되고 검사가 법정에 내놓지 않은 각종 증거서류와 증거물을 피고인이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는 ‘증거개시(開示)제도’가 도입된다.
또 모든 민사사건에 대해 재판 전 조정을 의무화하는 ‘민사조정 전치주의’가 시행돼 재판 때문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고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10일 △국민에 대한 사법서비스 증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진행 △법원 인력난 해소와 우수 재판인력 확보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21세기 사법발전계획안’을 확정, 발표했다.
대법원은 우선 △모든 구속 피고인 △모든 구속 피의자 △법정형 1년 이상의 불구속 피고인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순으로 국선 변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키로 하고 정부에 충분한 예산을 요청키로 했다.
증거개시제도가 도입되면 피고인과 검사간에 ‘무기(武器) 대등의 원칙’이 실현돼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진행이 가능하게 되지만 이를 위해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검찰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또 형사재판에서 판사의 성향에 따라 비슷한 사건이라도 형량이 다르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교통사고와 뇌물죄 등 범죄에 대해 양형을 지수화하고 교수 등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양형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법관 직급제 단계적 폐지
이와 함께 대법원은 법관의 소신있는 판결을 억제하고 관료화를 부추겨온 법관 직급제를 일부 폐지, 고법원장 이하 모든 법관들에 대해 ‘단일호봉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단일호봉제가 실시되면 고법원장 이하 법관들은 근속기간에 따라 같은 처우를 받으며 정년이 될 때까지 재판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지법부장에서 고법부장으로의 선별승진방식이 폐지됨에 따라 승진에서 탈락한 중견 법관들의 대량 이직 추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김동건(金東建)법원행정처기획조정실장은 “국민에 대한 설득력 부족과 거리감, 과중한 업무와 비효율, 우수인력의 유출 등 현재 사법부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내 5개 지원과 강릉지원에 형사항소부가 설치돼 서울 외곽지역에 사는 사람이 지원에서 형사 단독재판(법정형량에 하한선이 없는 사건)을 받고 항소심을 받기 위해 강남 서초동 본원에 오는 번거로움이 없어지게 된다.
또 전국 시군구청과 장기적으로는 읍면동사무소에까지 ‘무인 부동산 등기부등본 자동발부기’가 설치돼 등본을 떼기 위해 먼 곳의 등기소를 찾지 않아도 되며 경제적 빈곤층에 대한 민사사건 소송구조와 변호사가 선임되지 않은 ‘나홀로 소송’에 대한 지원도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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