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보다 훨씬 컸던 네가 네모난 상자 안에 있다니…. 우리가 슬퍼한다고 삐치는 건 아니지? 이눔시키야. 어디 갔든 밝게 지내라.”
부모와 조부모에게, 남편과 아내에게, 형제와 벗들에게 보내는 190여통의 편지가 책으로 묶였다. 보낸 이는 답장을 받을 수 없다. 세상에서 먼저 떠내보낸 사람에게 그리움을 담아 띄운 편지이기 때문.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장묘사업소는 작년 7월 벽제 용미리 등의 납골 시설 다섯 곳에 ‘고인에게 쓰는 편지’라는 노트를 비치했다. 가을까지 3500통이나 되는 편지글이 모였고, 시설관리공단은 사연을 추려 최근 ‘눈물의 편지’(넥서스 펴냄) 라는 제목으로 엮어냈다.
“아내 정미야,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 생전에 너에게 못해준 게 너무 많아. 너에게 해줄 게 이렇게 찾아와 보는 것 밖에 없다니 정말 미안해.”
“어머님, 7월7일 10시경 나비가 날아들어 왔는데 제 생각에 어머님이 환생하셔서 집에 오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보고 싶은 곳 훨훨 날아 다니십시오. 며느리가.”
“엄마, 15년이란 세월을 다리 다쳐서 걷지도 못하다가 돌아가신 게 두고두고 한이 됩니다. 제가 생활이 여의치 못해서…. 엄마, 용서해 주셔요.”“아빠, 손발도 제대로 주물러 드리지 못하고 하늘나라에 보냈어요. 어렸을 때 배도 만지고 알통도 만지고, 그렇게 매달려서 놀던 기억이….”
“며칠 전 신호등 건너에서 아빠와 닮은 분 -아니, 아빠일지도 몰라요-를 보았어요. 그 순간 멍해지면서 얼마나 울었던지, 얼마나 불러보고 싶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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