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지에 약 20여만명의 우리나라 입양아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쟁고아들은 6·25의 비극적인 씨앗이라는 변명이라도 가능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된 지금에도 해외입양아가 증가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는 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해외 입양 아동의 수를 점차 줄여 2015년에는 완전 중단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러나 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의 도래와 함께 가정이 무너지고 미혼모들이 증가하면서 요보호 아동과 해외 입양아가 다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98년 한해 동안 국내외에 입양된 아동의 수는 3675명으로 이 가운데 해외입양은 97년보다 9.3% 늘어난 2249명이었고, 국내입양은 1426명에 불과했다. 요보호 아동 역시 97년에는 6734명이었던 것이 98년에는 9292명으로 38%나 늘어났으며 유형별로는 기아 및 사생아 5744명, 미아 277명, 비행 가출 부랑아 3241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기아 및 사생아는 97년 3205명에 비해 무려 80%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장애아는 99년 1426명이 국내외로 입양되었는데 이 중 국내 입양은 6명뿐이며 나머지 1420명은 모두 해외로 입양됐다. 결국 이 나라에서 태어난 장애아의 대부분이 남의 나라의 부모에 의해 양육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입양을 늘릴 수 있는 범국민적인 의식전환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또 입양기관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현재 정부는 입양기관 재정의 2%를 보조해 주고 있는데 이런 미약한 지원으로는 입양기관의 존립 자체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입양비가 훨씬 비싼 해외 입양을 부추기게 된다.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의식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입양 가정들이 입양 사실을 숨기는 것은 아직도 입양아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입양 가정 역시 뭔가 문제가 있는 집안일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도 바로잡혀야 한다. 한 인간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는 10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할 때 입양아는 이 가운데 부모라는 한 가지 조건이 부족한 존재라는 정도의 사회적 인식과 관심이 필요하다. 다른 부모와 사회가 이 부족한 한 가지 조건을 대신 채워줄 수 있는 것이다.
입양 방식으로 ‘가정위탁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양부모가 입양 기관에 입양 의사를 밝히면 일단 6개월 정도 데려가 함께 생활해 본 뒤 입양을 최종 결정케 하는 것이다. 입양아와 양부모 사이의 거리를 보다 가깝게 할 수 있고 가정불화가 일어날 소지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 대한 성교육을 강화해서 미혼모의 발생을 줄여야 한다. 서울시가 지난 해 미혼모 보호시설인 구세군 여자관과 애란원에 있는 3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신 사실을 안 때는 임신 5∼7개월이 162명(43%)으로 가장 많았고 8∼10개월도 77명(20%)이나 되었다. 미혼모의 63%가 임신 5개월을 넘은 뒤 임신 사실을 알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출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입양 가정에서도 입양 사실을 자랑스럽게 드러낼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를 바꿔가야 하며 정부에서도 입양 가정에 대한 지원과 함께 대대적인 입양 촉진 운동을 벌여야 한다. 대를 잇기 위한 입양이 아니라 버려진 우리 아이들을 이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 키우기 위해 기아를 입양시킨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윤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