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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인터뷰]'한식의 대가' 심영순씨

입력 | 2000-02-13 19:34:00


“노하우를 다 공개하면 요리선생 ‘밑천’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염려없어. 30년간 요리만 궁리했어. 노하우야 또 개발하면 되지.”

가정요리 강습에서 중식 일식 양식의 ‘방배동 선생’ 최경숙씨와 쌍벽을 이루는 한식의 대가 ‘옥수동 선생’ 심영순씨(60). 요리강사 생활 30년 노하우를 담은 ‘최고의 우리맛’(동아일보)이 발간 4일만에 초판 1만부가 팔려나가고 재판 5000부가 각 서점에 막 깔렸다.

심씨 음식은 궁중요리나 반가(班家)요리, 혹은 전라도 경상도 음식이 아니다. 오늘 저녁 집에서 우리가 마주할 밥상 그대로다. 맛에서 ‘최고’라는 점을 빼 놓고는. 심씨 자신도 친정 혹은 시댁밥상에서 요리법을 배웠다며 다만 요리조리 궁리해 맛을 더해 왔다고 말한다.

학원(서울 성동구 옥수동) 조리실에서 앞치마를 두른 채 기자를 만난 심씨는 “배추국을 끓일 때 배추를 그냥 넣잖아. 그럼 된장 푼 국물은 짜고 배추는 비릿하면서 싱겁지. 이렇게 배추에 밑간을 해야 국물은 국물대로 깔끔한 맛이 나고 배추도 맛이 입에 딱 붙지”라고 설명한다. 한가지 요리를 하더라도 재료 각각에 밑간을 해줘야 감칠 맛 혹은 깊은 맛이 난다는 설명이다.

갈치를 다듬던 심씨가 오렌지 쥬스같이 노르스름한 액체를 넣길래 뭔가 물었더니 향신즙이란다. 배 무 양파 마늘 생강을 갈아 즙을 내 인공조리료 대신 양념장으로 사용한다는 것. 성인병 예방에도 좋고 음식의 맛도 훨씬 좋아진다고.

향신즙을 비롯해 향신장 향신기름 단촛물 고추기름 겨자초장 등 심씨가 개발한 자연양념장은 12가지나 된다. 밥 국 찌개 찜 구이 전 김치 젓갈 떡 등 음식 종류에 따라 다루는 것도 색다른데 대략 200가지로 분류된다. ‘심영순식 양념장’만드는 법은 요리책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요리책시장에서는 ‘엄청 간단’ 혹은 ‘초스피드’ 요리법이 판을 치는데 심씨의 요리법이 다소 번거롭게 보인다. 이 말을 했더니 심씨는 “가족의 몸을 만드는 음식이기에 보약 보다 잘 섬겨야 한다”며 “내 책을 찬찬히 읽어본 뒤 두세번 해보면서 요리법을 터득해 놓으면 평생 자신과 가족이 ‘최고’의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가볍게 일축했다.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