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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일본패션 엿보기]'놀이정신' 의상

입력 | 2000-02-13 19:34:00


일본 사람들은 ‘아소비 고코로’라는 말을 잘 쓴다. ‘놀이’라는 뜻의 ‘아소비’와 ‘마음’‘정신’이라는 뜻의 ‘코코로’를 합쳐 만든 말로 ‘놀이정신’을 의미한다.

일본 전통문양이 그려진 색종이로 접은 1000마리의 학이나 인형 모양의 책갈피 등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인들의 이같은 놀이정신을 실감하게 된다.

요즘 젊은 일본 여성들은 영국 아방가르드룩의 대표주자인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스타일을 특히 좋아한다. 만화에까지 이 디자이너의 패션스타일이 등장할 정도인데 그녀의 인기는 대담한 놀이정신에 있다. 일본인의 놀이정신이 아방가르드룩을 일본에 뿌리내리게 한 것이다.

일본의 패션잡지나 매장에서 기묘하고 전위적인 스타일을 찾기란 식은 죽 먹기다.

타야마 아츠로오의 좌우비대칭 니트스웨터와 언밸런스로 주름장식한 롱스커트, NICE CLAUP의 사각형으로 된 조형적인 상의와 BIGI의 부풀린 풍선모양의 벌룬스커트의 조화, BA-TSU의 팔뚝이 살짝 보이는 셔츠와 가로로 지퍼장식을 단 바지, 주름치마의 매치(사진)등이 그것이다.

2000년 봄여름 도쿄 컬렉션에서도 놀이정신을 바탕삼은 재미있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덜 완성된 듯 실밥이 보이는 츠모리 치사토의 의상, 고무줄로 여기저기 주름을 잡은 시무라의 의상도 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서슴없는 일본 사람들의 도전심과 놀이정신이 합쳐진 일본식 아방가르드 패션. 어디까지 발전할지 지켜볼 만하다.

김유리(패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