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찬옥씨(48)가 폐경기 가까운 나이에 셋째를 낳기로 결심한 것은 1996년 겨울. 1년중 대부분을 사업차 외국에 돌아다니는 남편 김진덕씨(54)와의 국제 전화를 하던 중이었다.
“늦둥이 하나를 낳으면 당신이 힘이 날까요?”(이씨)
“그러면 좋지. 말을 안했지만 자식 하나 더 있었으면 했어.”(김씨)
농담반 진담반으로 던진 말을 남편은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큰 아들(23)과 둘째 딸(21)도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용기를 얻은 이씨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병원에서 임신가능 여부를 알아봤다. 다행이 ‘수태 능력’이 둘 다 살아있었다. 이씨는 19년전 둘째를 낳은 뒤 복강경수술로 묶었던 나팔관을 푸는 난관복원수술을 받았고 아침 저녁 배란촉진제 주사를 맞았다. 몇 달 안돼 ‘원하는 소식’을 들었다. 9개월후인 98년 5월29일 3.69㎏의 우량아로 딸 서연이가 태어났다.
다시 새댁으로 돌아간 듯한 이씨는 요즘까지 하루도 아기 목욕을 거르지 않는다. 서너시간 밖에 잠을 못자지만 피곤한 줄 모른다. 남편 김씨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틈만 나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동생 자랑을 한다. 조용했던 집안이 북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다 늦게 왠 고생이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우리에게 ‘서연이는 신이 주신 선물’입니다. 남부럽지 않게 잘 키워서 시집까지 보내야죠. 그렇기 위해서 엄마가 아프면 안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건강에 신경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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