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제5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최고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는 ‘타이타닉’으로 전세계 여성들을 사로잡았던 미남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26)다.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그의 최신작 ‘비치’의 공식 상영회가 열린 12일(현지시간) 포츠담 광장의 영화제 상영관 ‘베를리날레 팔라스트’ 앞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디카프리오를 보기 위해 모여들어 “레오, 레오”를 외치는 여성팬들로 아침 일찍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검은색 정장차림에 다소 피곤한 기색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모두 독일인”이라며 독일과의 인연을 거론하면서 “독일을 여러 번 방문했지만 베를린 영화제가 이전보다 성대해진 해에 오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비치’는 태국의 한 섬에 문명과 동떨어진 낙원을 구축한 젊은이들을 통해 폭력과 냉소, 분열 등 인간의 본성을 조명한 영화. 현재 국내에서도 상영되고 있다.
디카프리오는 ‘비치’와 ‘타이타닉’을 비교해 달라는 주문에 “‘타이타닉’에서의 내 역할은 영웅의 이미지였지만 ‘비치’에서는 이상향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라고 소개했다.
“컴퓨터나 비디오게임, TV 등 현대사회의 매체에 많은 영향을 받고 살지만, 그것들이 사람을 더욱 고립에 빠뜨리는 듯한 경험은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하지 않았을까. ‘비치’의 리처드는 그런 문명을 탈출해 ‘진짜 경험’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젊은이이고, 연기를 하면서 그 캐릭터에 매혹됐다.”
그는 ‘타이타닉’의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렛의 새 영화 ‘홀리 스모크’가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반면 ‘비치’는 그렇지 못해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에 “‘비치’가 동시대 젊은이들의 염원과 갈등을 담은 영화라는 점에 주목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영화 ‘비치’를 위해 마련됐으나 질문은 배우 ‘디카프리오’에게만 집중됐다. 조직위측이 회견 도중 “디카프리오 ‘개인’의 기자회견이 아니라 ‘비치’의 기자회견임을 유념해주기 바란다”고 상기시켰으나 허사였다. 대신 디카프리오에게 “보스니아 난민을 위해 1000달러를 기부할 생각이 없는가”와 같은 ‘정치적 발언’을 유도하는 질문이 쏟아지자 조직위측은 20분 만에 서둘러 회견을 끝냈다.
아역 배우로 시작해 ‘디스 보이스 라이프’(1993년)로 영화에 데뷔한 뒤 ‘길버트 그레이프’ ‘토탈 이클립스’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 등에 출연하면서 비평가와 관객 양측으로부터 모두 찬사를 받아온 디카프리오는 올해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새 영화 ‘뉴욕의 갱들’에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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