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란(檢亂)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 해 대전법조 비리 사건 수사와 심재륜(沈在淪)전대구고검장의 성명서 발표 사건, 소장검사 집단서명 사건, 옷 로비 의혹 사건과 파업유도 발언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심기일전해 새해를 맞은 검찰은 1월 한달을 잘 보내 정상궤도를 찾아간다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 대한 심야의 체포 작전과 어이없는 작전 실패로 검찰은 다시 파문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정부와 여당 일부에서는 “검찰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악수(惡手)를 둬 야당 선거운동을 도와주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정치권이 검찰에 이런 비판을 가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 스스로 검찰권에 너무 깊이 의존해 검찰의 중립을 해치면서 검찰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 정부 들어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과 너무 밀착한다는 인상을 주어왔다.
검찰이 정권 출범이후 환란(換亂)수사부터 시작해 대대적인 정치인 사정(司正)과 세풍(稅風)수사 등 소위 정권의 ‘구미’에 맞는 정치인 수사에 치중한 탓이다.
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가끔 검찰 고위간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격려’를 하기도 해 불필요한 오해가 일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여론의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검란에 휩싸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정의원 파문도 정치권의 뜻이 검찰에 깊이 작용하면서 불거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 인사(人事)의 문제점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권교체와 함께 검찰 ‘권력’에도 대대적인 개편이 있었는데 그 중에 역량과 경륜이 검증되지 않은 ‘아마추어’들이 핵심요직을 차지하면서 일처리의 미숙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공안경험이 별로 없는 진형구(秦炯九)전검사장을 대검 공안부장에 임명해 파업유도 발언을 촉발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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