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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엔 'MK택시' 한국엔 'OK택시'…30대 사장 '친절혁명'

입력 | 2000-02-13 19:35:00


‘난폭운전과 불친절 없는 택시’는 시민들의 영원한 꿈인가. 최근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도 ‘택시타기가 겁난다’고 말하는 시민들이 많다.

그러나 이미 ‘친절택시’로 유명한 ‘OK택시(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운전기사들은 “승객들이 우리 차를 골라 탈 정도”라며 싱글벙글한다.

이런 ‘성공’은 혹독한 구조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OK택시’의 구조조정은 98년1월 컨설팅회사에 다니던 김충식(金忠植·34)씨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장에 취임하면서부터. 김사장은 일본최고의 택시회사 ‘MK택시’를 모델로 삼았다.

김사장은 우선 기사들의 정신재무장을 위한 안전 친절교육에 착수했다. 불친절이 개선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사장은 한 달에 두 차례 전체교육과 분임교육을 했고 사고자에 대해서는 재교육과 봉사활동을 시켰다.

기사들은 처음엔 “돈벌이 할 시간을 왜 축내느냐” “교육을 한다고 유난 떠는 이유가 뭐냐”며 반발했고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많았다. 김사장은 사원들을 만나 설득했고 대표이사의 직함도 ‘대표기사’로 바꿔 매주 1회 직접 차량을 몰고 ‘현장’에 나갔다.

차츰 사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사장도 사원복지로 화답했다. 유니폼 5벌을 무료지급하고 친절사원을 뽑아 시상했다. 임금체계도 현행 사납금 방식과 월급제 가운데 선택하도록 했다. 향후 수익이 발생하면 기숙사를 건립하고 연말 성과급도 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신상필벌(信賞必罰)은 확실히 했다. 불친절과 합승 제보가 들어온 기사에 대해서는 인사상 불이익과 임금삭감 등의 중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김사장은 또 회사캐릭터 제작 등 기업이미지개선작업에 98년 600여만원, 지난해 2500만원을 잇따라 투자했다. 택시업계가 연료비 등 유동성이 많아 좀처럼 재투자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모험이었다. 이를 통해 회사명을 ‘양지교통’에서 ‘OK택시’로 바꾸고 시범적으로 영수증지급기와 통역기를 20여대에 설치했으며 곧 전차량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올해초 성과는 대단했다. 우선 합승과 난폭 불친절운전이 거의 사라졌다. 22년째 택시를 운전했다는 김복렬(金福烈·50)씨는 “우리가 친절하니 승객도 친절해졌다”고 말했다. 회사상황도 나아졌다. 각종 과징금이 종전보다 60% 준데다 경미한 사고도 크게 줄었고 대형사고가 거의 사라진 것. 이직자도 98년 117명에서 지난해 76명으로 급감했다.

노사갈등도 옛날 얘기. 기사 조민호(趙民鎬·34)씨는 “요즘은 노사가 거의 한가족같이 편안하게 지내며 별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OK택시’는 최근 ‘사고줄이기’운동을 전개중이다. 연간 수천만원씩 드는 사고수습비용을 아껴 차량구입 등 재투자에 쓰기 위해서다. 현재 ‘OK택시’는 95대의 차량에 운전기사 214명을 포함한 사원 236명의 영세한 규모. 김사장은 “우리가 진행중인 ‘택시자정운동’이 힘을 얻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세를 키워야 한다”며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