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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도쿄대회]이봉주 '코오롱 충격'딛고 건재과시

입력 | 2000-02-13 19:35:00


“내 인생을 걸고 마지막 승부를 걸어 보겠다.”

도쿄로 출발하기 전 이봉주의 마음은 비장했다. “더 이상 물러나고 싶어도 물러날 데가 없다”고도 했다. 만약 이번에 좋은 기록을 내지 못하면 시드니올림픽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이번 기록이 안 좋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4월 로테르담에 출전해 마지막 기회를 노려볼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두 달만의 출전은 누가 봐도 무리.

오인환코치는 “봉주가 말은 안 하지만 코오롱사태 때문에 마음고생이 무척 심했다”고 말했다.

이봉주도 골인 후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주위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받아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봉주는 그동안 충남 보령과 경남 고성에서 권은주 손문규 등 코오롱을 같이 뛰쳐나온 후배들과 여관에 숙소를 차려 놓고 지난해 11월부터 훈련을 해왔다. 그러나 공백기간이 너무 길어 훈련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런던마라톤 출전이후 코오롱사태와 왼발부상으로 거의 운동을 하지 못했던 것. 당시 런던대회에서 이봉주는 2시간12분11초의 기록으로 12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이봉주의 몸이 만들어 진 것은 1월초. 이때부터 비로소 하루 40∼50㎞를 달릴 수 있었으나 예전같이 스피드가 나지 않아 오코치의 애를 태웠다. 이봉주는 골인 후 “37㎞지점부터 승부를 내려고 했으나 스피드훈련 부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이봉주의 약점은 지구력에 비해 스피드가 약하다는 것. 케냐나 유럽선수들은 막판 스피드가 빼어나다. 이봉주가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려면 바로 이점을 보완해야 한다. 다행히 시드니코스가 크고 작은 언덕이 많아 지구력이 강한 이봉주에게 유리하다.

이봉주는 “앞으로 스피드를 보완해 4월 보스턴마라톤에서 2시간 06분대의 기록을 세운 뒤 시드니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내겠다”고 말했다.

이봉주의 이번 레이스는 공식대회 22번째 완주. 나이에 비해 많이 뛴 감이 있다. 보통 세계적인 마라토너는 10회 안팎이 대부분. 세계선수권을 2번 연속 제패한 아벨 안톤도 풀코스 완주가 7회에 불과하다.

한편 이봉주를 키웠던 코오롱의 정봉수감독은 “제자인 이봉주가 한국최고기록을 세워 기쁘다”며 “그러나 앞으로 훈련을 더 많이 해야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