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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15% vs 5%' 勞使 임금충돌

입력 | 2000-02-15 20:15:00


재계는 15일 올해 사용자측에 권고할 임금인상률 기준(가이드라인)을 노동계 요구 수준보다 현격히 낮은 5.4%로 제시, 노사간 첨예한 갈등을 예고했다.

노동계는 그동안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임금동결을 감수해왔고 지난해 많은 대기업이 사상 최대의 순익을 올린 만큼 “올해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

사측은 이에 대해 임금을 올릴수록 기업들의 고용 흡인력이 떨어지는 점을 노동계가 인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재계, “인상률 5% 안팎이 적정”〓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조선호텔에서 회장단회의를 열어 올해 경제성장률과 기업지불능력 생산성수준 등을 고려해 적정 임금인상률을 5.4%로 제시했다. 여기에 총 상장사의 21.3%에 이르는 법정관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화의업체에 대해서는 “임금인상 자체가 적당치 않다”는 의견을 붙였다.

경총의 5.4%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물가상승분을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을 뺀 국민경제생산성증가율. 단순히 취업자 증가로 늘어난 부가가치 부분을 빼고 기존 인력의 생산성 증가분과 물가상승분만을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조남홍 경총부회장은 지난해 재계가 사상 최대의 순익을 올린 점이 신경 쓰이는 듯 “가이드라인을 더 높게 설정할 수도 있으나 인상률을 높일수록 고용 흡인력이 떨어져 실업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

▽노동계의 반박〓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재계의 ‘고무줄’ 잣대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97년 이후 재계가 인용치 않던 국민경제생산성증가율을 갑자기 들고 나온 속셈이 뻔하다는 것. “재계의 기준대로라면 97년부터 3년간 4.8∼9.4%의 임금인상을 해야 마땅했지만 오히려 5% 가량을 삭감당했다”고 반론을 폈다.

민노총은 또 경총이 연봉제와 성과급제를 대폭 도입할 것을 권고한 데 대해서도 “두 제도는 IMF관리체제 시기에 임금삭감과 정리해고 수단으로 도입된 것”이라며 “신규인력 창출과 고용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노동계 권고안과 경총의 비판〓한노총과 민노총의 임금인상안은 각각 13.2%와 15.2%. 양 단체 모두 가구당 표준생계비를 산출한 뒤 현재 임금 수준과의 차이를 메우는 ‘상향식’ 분석법을 따랐다.

경총은 그러나 양 단체가 생계비 통계를 자의적으로 산출했다고 비판한다. 한노총이 96년부터 ‘도시근로자 최저생계비’ 대신 ‘생계비’ 개념을 도입한 데서 알 수 있듯 ‘삶의 질’을 높이는 수준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 민노총의 표준생계비 세목에는 ‘3인 이상 가구가 승용차를 구입하고 유지하는 비용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한다.

▽생계비냐, 인력시장 상황이냐〓85년부터 99년까지 실제 명목임금 상승률은 노사간 임금인상 가이드라인 사이에서 결정돼 왔다. 양측 논리가 수렴한 결과인 셈.

전경련 관계자는 “임금 결정은 생계비 수준과 노동시장의 인력수급 모두에 영향을 받아 결정되기 마련”이라고 전망했다.

ecopark@donga.com